[이란 사태 장기화 분수령]이란 차기 지도자 '강성' 하메네이 차남…美 강경 대응, 강대강 대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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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된 이란 최고지도자의 아들이자 이슬람 공화국의 차기 통치자로 지명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국영TV 캡처. 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 공습에 폭사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후임으로 '대미 강경파'인 그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선출됐다. 이란 군부는 새 최고지도자에게 절대적 충성을 맹세하며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고지도자 공백을 메운 이란과 이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열흘째 지속 중인 전쟁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8일(현지시간) 이란 전문가회의는 임시회의를 열고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신성 이슬람 공화국' 체제의 제3대 최고지도자로 공식 선출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세습 왕정을 무너뜨리고 세워진 공화국임에도 '부자 세습'이라는 치명적 꼬리표를 감수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아버지를 따라서 오랜 기간 최고지도자실(Beit)을 사실상 이끈 인물로 꼽힌다. 군부와 정보기관을 이미 장악한 그는 선출 직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로부터 '완전한 복종'과 '결사옹위'를 맹세받았다. 적의 공세에 타협 없이 맞서겠다는 이란 수뇌부의 강경한 대외 메시지로 풀이된다.

신임 지도부 체제를 갖춘 이란과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의 교전은 석유와 해수 담수화 시설 등 핵심 민간 인프라를 겨냥한 '무차별 난타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 테헤란 북서부 주요 석유 저장소와 카라지 일대를 집중적으로 포격했다. 그 여파로 테헤란 도심에 유독가스와 '기름비'가 쏟아져 민간 피해가 속출했다.

이란도 인접 걸프국으로 전선을 넓혔다. 사우디아라비아 내에 포탄이 떨어져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사우디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고,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서도 수백기의 미사일과 드론 공세를 퍼부었다. 특히 바레인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타격받고, 이란 역시 자국 케슘섬의 담수 시설 파괴를 주장하면서 중동 전역에 극심한 식수난도 우려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과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의 근거지에서는 지상전마저 본격화하며 중동 전역이 화약고로 변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소탕을 위해 레바논 국경을 넘었고, 이라크 내 미군 주둔지에서도 현지 무장세력과의 교전이 불을 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강경 대응이다. 이란의 벼랑 끝 전술과 맞물려 전쟁을 장기화의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즈타바를 차기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며 현 이란 체제의 붕괴를 겨냥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대응은 이란 최고지도부의 제거를 넘어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내 '저항의 축' 네트워크 전체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강 대 강 대치 속에 중동 전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이 위협받으면서 글로벌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제 유가는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급등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증시가 급락하는 등 세계 경제 전반에 거대한 충격파가 번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안전과 평화를 위한 아주 작은 대가”라며 향후 공습이 더 거세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권 교체 시도와 이란의 국가 총력전이 맞물리면서 단기간 내 외교적 타협은 불가능해졌다고 진단한다. 우병원 연세대 교수는 “미국은 4~6주 안에 전쟁이 끝날 것이라 공언하지만, 이란의 저항이 예상보다 훨씬 거세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작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상황을 너무 쉽게 판단한 측면이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전의 전철을 밟아 막대한 피해를 동반한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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