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년간 인공지능(AI)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대형언어모델(LLM) 생성 능력이 끊임없이 경신되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계속 제기된다. AI는 정말 현실세계를 이해하는가.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연구하고 설계하며 제조하는 세계는 물리·화학·생물·수학 법칙이 지배하는 물질적 세계이고, 현재 주류 AI는 거리와 구조, 인과관계, 물성 기반 메커니즘을 내재적으로 다루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기술 산업과 학계, 자본 시장은 다시 물질 세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바로 '과학을 위한 AI(AI for Science:AI4S)'다. AI4S는 신약, 신소재, 배터리, 기후 모델링, 생물학적 경로 분석 등 현실세계 규칙과 물성을 기반으로 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해 연구개발(R&D)을 가속 또는 확장하는 기술 흐름이다.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지능은 기호 조작이 아니라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온다”고 말했고,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은 “생성형 AI를 넘어 물리 법칙과 현실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는 '물리적 AI(피지컬 AI)'가 AI 발전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4S는 개념을 넘어 산업 실행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자본 시장은 이미 이 흐름을 포착했다. 알파벳 산하 아이소모픽랩스, 샌드박스AQ, 피리오딕랩스 등이 충분한 자금 조달에 성공했는데, AI가 R&D 병목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시장이 인정한 신호라 할 수 있다.
배터리 산업도 AI가 빠르게 접목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에너지저장장치(ESS), 항공, 로봇, 드론 등 고성능 응용 수요 급증으로 소재와 전해질 조합의 탐색은 연구자의 경험과 시행착오 방식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 산업 현장에서는 메카닉(하드웨어)기술에 더 치중하지만, 배터리 성능의 본질은 케미컬 기술(각종 신소재, 결합, 조성)이다.
SES AI는 이러한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분자 수준의 물성 데이터와 다년간 축적한 실험 데이터를 결합한 AI 기반 배터리 소재 연구 플랫폼 '분자우주(Molecular Universe:MU)'를 구축했다. 지난해 12월 MU 1.5 출시와 동시에 6가지 획기적인 신형 전해질 소재 개발 검증을 완료했고, 현재 전 세계 40개 이상의 배터리 및 소재 기업과 테스트 및 신소재 대량 생산 도입을 추진 중이다.
MU는 알고리즘 실험실이 아니라, 리튬 금속 배터리라는 가장 까다로운 공학적 현실 속에서 탄생했다. 10여년의 R&D 과정 동안 지속적으로 실제 조건에서의 전기화학 시스템 실패, 열화, 불확실성을 경험하며, 기존 시행착오 방식의 한계를 인식한 결과다. 이는 AI4S가 단순한 모델 경쟁이 아니라 도메인 지식, 실험 인프라, 산업적 요구가 결합하는 복합 영역임을 보여준다.
궁극적으로 AI4S는 과학 연구의 기존 패러다임을 깨고, 모든 첨단 기술을 접목해 최적화하는 과정이다. 생성형 AI가 콘텐츠 생산의 효율을 바꿨다면, AI4S는 연구와 산업 혁신의 효율을 바꾼다. 핵심 경쟁력은 오랜 실패와 검증을 통해 축적된 '과학적 감각'이며, AI는 이를 더 정교하게 확장하고 가속하는 도구다.
한국은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소재,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 산업들의 공통 제약은 긴 연구주기와 높은 비용이다. 여기서 질문을 해본다. 과학을 위한 AI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수 있는가. AI4S는 글로벌 경쟁에서 선택이 아닌 현실이다.
치차오 후 SES AI 대표 qichao@ses.a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