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에너지 전환 핵심 축으로 차세대 이차전지는 이미 국가 전략 산업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을 둘러싼 경쟁 구도는 중국의 단순한 기술 추격을 넘어, 제조 공정 역량을 중심으로 한 구조적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규모 생산능력과 가격 경쟁력은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에 위기와 함께, 기술 확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의 승부처는 '이차전지 성능' 그 자체가 아니라, 차세대 제조 공정 기술을 통한 초격차 확보에 있다.
중국의 이차전지 전략은 이미 대규모 설비 구축, 저가 소재의 적용, 공정 최적화(공정 수율 안정화, 공정 편차 최소화 등)로 내수 시장의 확대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이 동일한 방식으로 맞서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우리의 전략은 명확하다. 중국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고난도 공정 기술과 품질 중심의 제조 역량을 통해 차별화를 이루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제조 공정의 '지능화'가 핵심이다. 기존의 경험 기반 공정 설계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기반 공정 제어, 실시간 품질 예측, 불량 원인 역추적이 가능한 데이터 중심 제조 체계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공정 변동성을 최소화하고, 동일 설비에서도 고품질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은 단순 설비 투자만으로는 확보할 수 없는 초격차 요소다.
둘째,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소재-설계-제조 공정의 동시 최적화 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 차세대 이차전지인 전고체전지의 상용화를 이루기 위해, 고에너지 밀도, 고안전성, 장수명이라는 요구 조건은 이제 소재, 제조, 평가 등의 개별 기술 개발로 해결할 수 없다.
소재 적용, 전극 제조, 셀 조립, 화성 공정 전반을 관통하는 통합 설계 및 제조 역량이 곧 경쟁력이다. 특히 전극 균일도, 계면 안정성, 작동 압력 관리와 직결되는 공정 기술은 전고체전지 상용화의 성패를 좌우한다.
셋째, 대한민국 제조 산업에서 강점인 정밀기계, 자동화 공정 기술의 적극적 접목이 중요하다. 나노 단위 제어 기술, 초정밀 검사·계측, 고신뢰 공정 관리 기술은 이미 한국 제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분야다.
이를 이차전지 제조 공정에 융합한다면, 단순 배터리 생산을 넘어 '첨단 제조 기술 수출 산업'으로 확장도 가능하다.
차세대 이차전지 산업의 다음 10년은 성능 경쟁이 아닌 제조 경쟁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다. 공정에서 격차를 만들고, 그 격차를 기술 표준으로 굳히는 국가만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최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연구개발센터에서 '차세대이차전지상용화지원센터' 개소를 통해, 차세대 이차전지 제조 및 실증 장비 인프라를 운영 중이다. 지원센터에서 차세대 이차전지 제조 핵심기술 개발 및 공정 혁신의 시작을 통해, 대한민국 이차전지 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 및 '차세대 이차전지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최신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schoi@kier.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