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서 독화살개구리 독소 '에피바티딘' 검출
유럽 “자연적 발생 불가능한 독... 암살된 것”
러 “전형적인 프로파간다... 산책 중 자연사”

2년 전 감옥에서 사망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사인이 남미 독개구리에서 추출한 치명적인 신경독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스웨덴·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유럽 5개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나발니의 시신 샘플을 정밀 분석한 결과, 치명적 독성 물질인 '에피바티딘(Epibatidine)'의 존재를 최종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에피바티딘은 주로 남미에 서식하는 개구리 '독화살개구리'에서 발견되는 천연 알칼로이드로, 러시아 내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물질이다. 5개국은 “러시아 당국만이 북극권 교도소에 수감 중인 나발니에게 이 독소를 투여할 수단과 동기, 기회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며 배후로 크렘린궁을 지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통했던 나발니는 지난 2020년 공항 카페에서 소련시대 화학 무기로 사용한 신경작용제 '노비촉'에 중독되는 사건을 겪었다. 독일에서 치료받은 뒤 2021년 러시아로 돌아왔으나 귀국 직후 체포돼 북극 형벌 식민지에 수감됐다가 지난 2024년 2월 감옥에서 숨졌다.
이번 발표는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처음 전해졌던 장소인 독일 뮌헨 안보회의(MSC) 기간에 맞춰 공개됐다.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수감 중인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접했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는 이날 회의에 참석해 “당시 나는 내 남편 알렉세이 나발니가 독살당했다고 발표했다”며 이 소식을 전했다.
나발나야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내 남편이 화학 무기로 살해당했다는 증거가 마침내 드러났다”며 “푸틴은 살인자이며 반드시 모든 범죄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 역시 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나발니를 위협으로 간주했으며, 이러한 비열한 도구를 사용한 것은 야권에 대한 압도적인 공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러시아 측은 해당 발표를 즉각 부인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독소 검출 주장에 대해 “서방의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선동)”라고 일축했다. 크렘린궁 역시 그간 나발니가 산책 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자연사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럽 5개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 러시아의 화학무기금지협약 위반 여부에 대한 공식 서한을 보낼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