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DI “주파수 경매, 재무기준 높여야…완납 보장·패널티로 '승자의 저주'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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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제4이동통신사'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모습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주파수 경매 과정에서 낙찰자의 재무적 이행 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주파수 정책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12일 KISDI가 발간한 '주파수 경매에서 재무적 책임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국내 주파수 할당 제도는 할당대가의 25%만 일시 납부하고 나머지는 균등 분할 납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초기 부담을 줄여 신규 진입을 촉진하려는 취지지만 사업자가 실제 납부 능력을 초과하는 입찰가를 써내는 '승자의 저주'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지난 2024년 28㎓ 대역 경매 당시 스테이지엑스의 낙찰가는 4301억원으로 최저경쟁가격(742억원)의 5.8배에 달했다. 이러한 재무적 리스크로 인해 제4이통 탄생이 무산됐다.

KISDI는 주파수 진입규제가 등록제로 완화되며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사업자의 투기적 입찰을 방지하고 실질적 재무 이행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ISDI는 “분할납부 방식 경우 사업자가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에 기초해 자신의 실제 납부능력을 넘어서는 입찰가를 제출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 및 홍콩의 사례를 참고해 분할 납부시 잔여 할당대가에 대한 납입 보장을 요구하는 등 보완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외 주요국은 '전액 일시납부'를 원칙으로 하거나 강력한 이행 보증 장치를 두고 있다. 또 보고서는 검증되지 않은 신규 사업자에 대해서는 진입 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KISDI는 사전 스크리닝 제도와 관련해 “주요국에서는 경매제의 취지인 시장 원리에 의한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지 않도록, 적격 심사를 부적격자를 걸러내는 최소한의 진입요건 수준으로 설정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의 주관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성 평가보다는 정량 지표 위주의 적격 심사가 바람직하다”며, “인도·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해 검증된 기존 사업자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되 검증되지 않은 신규 진입자에게는 보다 엄격한 요건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효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신규 사업자에게 높은 문턱을 설정할 경우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전용 대역 우선 할당과 같은 혜택을 제공해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낙찰 후 할당대가를 미납할 경우 부과하는 제재 수위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선정 취소시 보증금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수준에 그친다. 반면 미국은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할 경우, 재경매 낙찰가가 당초 낙찰가보다 낮으면 그 차액 전액을 배상하게 하는 '차액 보전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마지막으로 KISDI는 “주파수 할당 제도 설계는 '재정적 이행 담보'와 '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상충하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라며 “시장 여건, 정책적 우선순위, 제도의 양면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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