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김영민 박사와 바이오닉스센터 한성민 박사 연구팀이 면역 반응을 전신이 아닌 암 조직 내부에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습니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로 암을 공격하는 치료법이지만, 대부분의 암 조직은 면역세포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 '면역 사막' 상태여서 치료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이로 인해 기존 면역항암제는 면역보조제를 전신에 투여하는 방식이 사용돼 왔지만, 부작용 위험이 크고 암 조직 내부에서 정밀한 조절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죠.
연구팀은 면역을 활성화하는 물질을 담은 젤을 암 조직에 주사한 뒤, 몸 밖에서 초음파를 가해 암 내부에서만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초음파가 닿은 부위에서만 암 조직이 물리적 자극을 받아 암 항원이 방출되고, 동시에 젤에 담긴 면역보조제도 해당 위치에서만 방출되도록 설계됐습니다. 이를 통해 면역 자극을 암이 있는 부위에 정밀하게 집중시킬 수 있고, 약물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가능성도 줄일 수 있습니다.
동물 실험 결과, 이 기술을 적용한 암 조직에서는 암을 공격하는 면역세포가 뚜렷하게 증가했고, 면역 반응의 핵심인 T세포 수는 기존 치료 대비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면역 반응이 거의 작동하지 않던 암 조직이 면역 반응이 활성화된 환경으로 전환됐으며, 암 성장 억제와 함께 생존 기간도 약 30%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번 기술은 주사와 초음파만으로 치료가 가능해 수술이 어렵거나 치료 부담이 큰 환자에게도 비교적 간단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어요. 한 번 젤을 주사한 뒤에는 초음파를 이용해 치료 시점과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 환자의 상태 변화에 맞춰 치료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면역항암제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연구팀은 이 기술이 향후 초음파 장비와 결합된 암 치료 기술로 발전해 실제 의료 현장은 물론 관련 의료기기·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IST 김영민 박사는 “면역이 거의 작동하지 않던 암 조직 내부를 면역이 살아나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환자의 부담은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암 면역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해 12월 2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실렸습니다.
최성훈 기자 csh87@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