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은 '혁신이 몰려온다'는 주제에 걸맞게 디스플레이 산업 미래를 생생히 보여준 무대였다. 화려한 색상과 극강의 화질을 앞세운 최신 TV 못지않게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자유로운 공간 이동은 물론 표정까지 바꾸며 인간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AI OLED 봇'이었다.
단순히 화면 속 영상이 재생되는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 자체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반응하는 모습은 큰 감동을 줬다. 이는 디스플레이가 더 이상 정보를 전달하는 창에 머무르지 않고 인공지능(AI)의 감정과 지능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물리적 인터페이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지금 디스플레이에서 벌어지는 혁신의 물결은 2007년 물리적 버튼을 화면 속으로 옮기며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폰이 준 충격과 감동만큼이나 앞으로 인류의 소통 방식에 불어올 근본적 변화를 짐작케 한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상용화 성공 이후 별다른 혁신적 진전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도체 산업이 AI 시대를 맞아 고대역폭메모리(HBM)이라는 전략적 선택으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과는 달리 디스플레이는 시장 판도를 바꿀만한 '게임 체인저'를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CES 2026은 국내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무대가 됐다. 경쟁사들이 여전히 가성비와 성능 개선에 몰두한 제품을 내놓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기술적 우위'를 넘어 '경험과 가치'를 실현하는 초격차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AI OLED 봇, AI OLED 펜던트, 차량 전면을 가로 지르는 필러투필러(P2P) 디스플레이, 슬라이더블 OLED 등 다양한 혁신 제품을 통해 디스플레이를 모빌리티, 웨어러블, 로봇 등 여러 산업과 융합하겠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
안경 형태로 진화한 확장현실(XR) 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투박한 고글 형태를 벗고 일상적인 웨어러블 기기로 발전한 XR는 AI와 결합해 사용자의 시선과 음성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며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한다. 이는 가상과 현실이 인간을 중심으로 통합되는 미래를 현실감 있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스플레이의 개념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초연결사회에서 정보 전달이 더 이상 사각 형태의 패널이 아닌 오감이 동원되는 입체적 공간을 통해 유통될 것이라는 점을 현실로 드러낸 자리였다.
국내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산업이 단순한 패널 제조를 넘어 사용자 경험과 가치를 전달하는 '지능형 가치 플랫폼'공급자로서 태세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국내 패널사의 양대 축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었다. 수요 기업들의 투자 축소로 한껏 위축됐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에도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생각하는 인터페이스'로 진화하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변화를 신(新) 정부가 소망하는 '진짜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
정부도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및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를 출시하는 등 가시적 지원 조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세계 시장을 다시금 호령할 날이 오기를 소망해 본다.
이승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lsw@kdia.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