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G 특화망 보급 가속화 열쇠 '현장 밀착형' 온프레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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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플랙토리 대표

최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공용 5G 코어'를 구축하고 입주 기업들이 이를 공동 활용하는 모델이 정책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5G 코어 구축 비용과 운영 인력 부담을 완화해 중소기업의 특화망 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표준화와 확장성 측면에서 정책 당국의 문제의식 또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서 마주한 기업들의 반응은 이러한 정책적 기대와는 다소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국내 15개, 해외 1개 등 총 16개 5G 특화망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만난 기업들은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생산 공정에서 생성되는 핵심 데이터가 외부 시스템이나 공용 인프라를 경유하는 것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축된 16개 모든 현장은 예외 없이 사내 구축형 '온프레미스' 방식을 선택했다.

기업에 데이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경쟁력과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다. 공용 코어의 기술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데이터 통제권과 책임 주체가 외부로 분산된다는 인식 자체가 특화망 도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체감 통제권'의 문제는 기술 논의만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운 영역이며, 정책 설계 단계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

공용화 논의는 최근 사업 공고에서 강조되고 있는 오픈랜(O-RAN) 정책과 맞물리며 현장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대규모 국가망이나 통신사 망에서 특정 제조사 종속성을 완화하려는 O-RAN의 방향성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를 국제규격 축구장 수 개 이내 규모의 중견·중소 제조 현장에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 항상 최적의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O-RAN 기반 구조는 CU·DU·RU 분리, 가상화 서버 운영, 전문 인력 확보 등에서 초기 비용과 운영 복잡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공용 코어 모델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보안과 독립성이라는 특화망의 본래 가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반면 중소규모 현장에서는 CU·DU·RU가 일체화된 통합형 스몰셀 기반 온프레미스 방식이 구축과 운영 양 측면에서 보다 현실적인 선택지로 작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제 5G 특화망은 더 이상 중소기업이 도입 자체를 망설여야 할 만큼의 고가 인프라만은 아니다. 기술 경량화와 국산 장비의 발전으로, 일정 규모 이하의 현장에서는 엔터프라이즈급 기업용 와이파이(Wi-Fi) 시스템을 구축하는 수준의 예산으로도 안정적인 '자체 5G 망'을 구축·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마련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보안과 폐쇄성을 일부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는 시장의 기술 발전 속도와 비교할 때 재검토할 시점에 와있다.

5G 특화망 보급을 실질적으로 가속화하기 위해 정책의 무게중심 역시 한 단계 조정될 필요가 있다. 첫째, 공동 인프라 구축 중심의 접근에서 나아가 개별 기업이 현장 특성에 맞는 온프레미스 환경을 구축하고 고도화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사업 규모와 서비스 특성에 따라 O-RAN과 통합형 스몰셀 방식이 유연하게 선택될 수 있도록 기술 요건 적용의 탄력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셋째, '5G 특화망은 고가·복잡하다'는 인식을 완화할 수 있도록, 누구나 참고할 수 있는 '와이파이형 5G' 구축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확산해야 한다.

기술은 공급자의 논리가 아니라 수요자의 필요에 의해 완성된다. 기업들이 보안과 통제에 대한 우려로 도입을 망설이는 공용 인프라 모델에만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보다, 현장이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현장 밀착형 온프레미스 구축 환경을 함께 육성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5G 특화망 정책이 규격 중심의 논의를 넘어 제조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때, 이음 5G는 중소기업 디지털 전환의 실질적 기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훈 플랙토리 대표이사 thk@flec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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