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자동가치산정모델(AVM)은 이미 '시세 조회' 기능을 넘어 금융기관의 의사결정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AVM이 주택담보대출 심사, 담보 가치 산정, 투자 분석 등 금융 실무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부동산 가치 평가의 속도와 일관성을 높이는 도구로 정착하는 흐름이다.
미국은 AVM이 금융권 프로세스에 가장 빠르게 내재화된 시장으로 꼽힌다. AVM이 담보 평가의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 대출 심사 과정에서 '현장 감정평가'를 보완·대체하는 방식으로 활용 범위를 넓혔다. 대량의 자산을 빠르게 평가해야 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관리, 리스크 점검, 심사 자동화 측면에서 AVM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럽에서도 AVM은 주택담보대출과 자산관리 영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별로 공공 데이터 개방 수준과 거래 정보의 정합성에 차이가 있지만, 금융기관의 담보 평가 자동화 수요가 커지면서 AVM을 기반으로 한 가치 산정 체계가 금융 인프라로 편입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 AVM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정확도 경쟁'만으로는 시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이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만큼 데이터 품질 관리와 모델 검증 체계가 함께 요구된다. 단순히 가격을 추정하는 기능을 넘어 금융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의 재현성과 검증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AVM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구조 역시 데이터 기업, 가치 산정 모델 기업, 금융기관이 역할을 분담하며 연결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거래·등기·세금·인구·상권 등 다양한 데이터를 결합해 평가 모델을 만들고, 금융기관은 이를 심사·담보평가 체계에 연동하는 방식이다. AVM이 '부동산 데이터 서비스'가 아니라 '금융 실무 도구'로 자리잡으면서 산업 생태계도 함께 고도화되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프롭테크포럼이 AVM 산업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포럼은 AVM 시장 활성화와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며 업계가 공동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데이터 신뢰도와 모델 검증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의 협력 구조를 모색 중이다.
한국프롭테크포럼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AVM이 단순 시세 조회가 아니라 대출 심사와 담보평가 프로세스에 직접 연결된 금융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며 “국내도 AVM이 금융권 실무에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면 데이터 정합성과 모델 검증 체계를 표준화하고, 산업 전반의 신뢰 기반을 만드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