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배터리 장비 新 시장 부상…'보릿고개' 대안 관심

Photo Image
아그라타스가 인도 구자라트주 사난드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전경. (사진=아그라타스)

인도가 국내 배터리 장비 업계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체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다. 전기차 캐즘에 따른 수주 가뭄을 해소할 지역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단, 요구 조건들이 까다로워 수익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타타그룹 배터리 자회사인 아그라타스는 최근 국내 기업에 이차전지 장비를 대거 발주했다. 윤성에프앤씨와 하나기술은 각각 452억원과 1576억원 규모 장비 공급 계약 체결을 공시했는데, 고객사를 명시하지 않았으나 아그라타스로 파악됐다. 윤성에프앤씨는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가장 앞단에 해당하는 믹싱공정 장비, 하나기술은 배터리 기본 형태를 만드는 조립공정 장비를 턴키 수주했다.

이외에 피엔티는 양극과 음극을 만드는 전극공정 장비, 필에너지는 전극을 재단하는 노칭 장비를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화모멘텀은 배터리에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는 활성화공정 장비를 납품한다. 아그라타스 수주를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수준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그라타스는 인도 구자라트주에 배터리 연간 생산 능력이 40기가와트시(GWh)인 공장을 건설 중으로, 핵심 장비 공급을 한국 기업이 맡는 것이다. 타타그룹은 영국 재규어랜드로버(JLR)를 소유한 기업이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내년부터 양산하는 게 목표다.

Photo Image
랜드로버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사진=랜드로버)

국내 배터리 장비사들의 인도 시장 진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장비 업계는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이 전기차 수요 둔화로 투자를 연기하거나 취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인도가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2030년까지 비화석 에너지 용량 500기가와트(GW)를 달성하고, 전체 전력 수요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해 207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핵심 인프라가 배터리라는 점에서 고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인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57억8000만달러에서 2030년 160억9000만달러로 확대, 연평균 성장률 22.72%를 기록할 전망이다.

아그라타스는 인도 이외에 영국에도 배터리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영국 공장은 JLR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게 목표다. 국내 장비사들은 영국 공장에 반입되는 배터리 장비 구매의향서(LOI)도 확보, 향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다만 아그라타스와 계약이 위험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아그라타스는 원가 절감을 위해 국내 장비사들에 강도 높은 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가를 30% 이상 낮춰 달라는 청구서에 입찰을 포기한 곳도 다수로 전해졌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유럽 배터리 제조사들의 저가 장비 수주에 응했다가 업황 악화로 대금 지급이 연기되면서 설비 업체들이 오히려 손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신규 투자 위축으로 장비사들이 신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 마진은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hoto Image
아그라타스 인도 배터리 공장 장비 공급망 - (자료=업계 취합)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