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아와모리'의 짙은 향이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일본 최남단 섬에서 건너온 오키나와 로컬 주류가 다이닝 테이블 위를 빼곡하게 채웠다.
일본 오키나와의 유서 깊은 양조장 세 곳은 최근 서울 을지로에서 '오키나와 주류 X 한식 페어링' 행사를 열었다. 대표 제품에 대한 한국 시장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한식과의 궁합을 시험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한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오키나와 현지 양조장들의 강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칸나 겐류 세이후쿠주조 대표는 “오키나와에서 3대째 양조장을 경영하고 있다”면서 “가능성이 큰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류 도소매 관계자, 주류 전문 유튜버 등 전문가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각 술병과 라벨에 머물렀다. 술을 맛보고 패키징을 비교하며 메모를 남기는 모습이 이어졌다. 단순한 시음회라기보다 '시장 테스트'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박정석 을지로화랑 총괄셰프가 준비한 명품 한식 요리는 오키나와 술의 개성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촉매로 작용했다.

가장 먼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아와모리였다. 요나구니섬에서만 생산되는 하나자케 요나구니는 60%의 도수에도 꽃향기와 단맛이 부드럽게 퍼졌다. 오크통에서 숙성된 '세이후쿠 이무게(IMUGE)'의 스모키한 향은 고기 요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젊은 층을 겨냥한 트렌디한 제품도 눈길을 끌었다. 홍차 리큐르인 '요이노코차'와 상큼한 감귤류 풍미 '오키나와 시오 레몬'은 '하이볼'과 '믹솔로지' 문화에 익숙한 한국 시장 취향에 제격이었다. 57도의 고도수 '네이비 스트렝스 크래프트 진'과 위스키를 연상케 하는 '야에센 배럴'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오키나와 양조장들은 이날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을 단순히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닌 세계 주류 트렌드에 녹아들어 가기 위한 시험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아와모리라는 전통 주류를 지키면서도 한국의 식문화에 녹아들기 위해 직접 시장 조사에 나서는 등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1948년 창업해 4대째 양조장을 이어가고 있는 나키진주조의 오시로 요스케 대표는 “해외 진출을 타진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라면서 “한국 소비자들에게 꼭 나키진 이무게를 소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