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불 피해를 당한 스페인의 한 작은 마을에 8000억원이 넘는 크리스마스 행운이 날아들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스페인 레온주에 있는 라 바녜사 마을에서 복권 당첨자가 다수 나오면서 주민들이 1인당 40만유로(약 7억원), 총 4억6800만유로(약 8180억원)의 당첨금을 나눠가지게 됐다.
스페인 크리스마스 복권 '엘 고르도'(elGordo)는 00000부터 99999까지 10만 개의 번호 중 전체 또는 일부를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복권이다.

한 번호는 백여개의 묶음(Serie; 세리에)으로 발행되고, 세리에는 낱개 복권(Decimos; 데시모) 10장으로 구성됐다. 세리에의 가격은 200유로(데시모 20유로*10장). 묶음으로 구매해 혼자 수령할 수도 있지만, 당첨금을 데시모 단위로 가족이나 지인들과 나눌 수도 있다.
이번처럼 한 마을에서 많은 당첨자가 나오는 이유는 엘 고르도만의 독특한 판매 방식 때문이다. 이 복권은 특정 번호의 세리에 뭉치를 특정 지역 복권 판매소에 통째로 배정하기도 하기 때문에 한 마을에 당첨자가 몰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번에 천문학적인 당첨금을 받게 된 라 바녜사 마을은 인구 1만1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4개월 전 레온주에 닥친 산불로 이 마을에서는 주민 한 명 사망하고 여러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복구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찾아온 기쁜 소식으로 마을 주민들은 수개월 만에 웃음을 터뜨렸다. 지역 축구 클럽 회원들도 복권을 단체로 구매해 인당 40만유로의 행운을 맞이했다.
하비에르 카레라 라 바녜사 시장은 “화재로 사탕무 공장이 폐쇄되고 수십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상황 속에서 이번 복권 당첨은 우리 지역에 활력과 희망을 불어넣었다”며 기뻐했다.

행운은 또 다른 산불 피해 지역인 비야블리노 마을까지 이어졌다. 이 마을은 올해 광산 사고로 주민 5명을 잃고, 산불 피해까지 본 지역이다.
비야블리노 마을에서는 2억 유로(약 3490억원)의 행운이 이어졌다. 마리오 리바스 시장은 “우리에겐 좋은 소식이 필요했다”며 “복권 당첨이 우리 친구들의 목숨을 잃은 슬픔을 모두 달랠 수는 없지만, 우리에게도 좋은 소식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뻐했다.
이 외에 레온주에 있는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 라 폴라 데 고르돈에서는 총 6000만유로(약 1050억원), 마드리드의 한 노동자 거주 지역에서는 총 6400만유로(약 1120억원)의 당첨 소식이 전해졌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