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케어' 현장 가보니…간병 급여화 기대 속 유연한 기준 필요 목소리

경상북도 예천군에 위치한 경도요양병원. 지방에 있지만 환자 인권과 존엄성을 보장하는 '존엄케어' 우수 기관으로 평가 받으며 해마다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난 19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7년 요양병원 간병비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를 앞두고 이곳을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경도요양병원은 냄새·욕창·낙상·억제대를 없애고, 환자가 기저귀와 침대를 벗어나 스스로 움직이게 돕는 '4무 2탈' 정책을 실천하고 있다. 가령 2시간 마다 환자 체위를 바꿔주고, 낙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20㎝ 높이의 낮은 침대 사용, 온돌 병실을 통한 환자 스스로 움직임을 유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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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북 예천 경도요양병원을 방문해 환자를 살피고 있다.

특히 타인을 향한 공격성이나 자해 위험이 있는 치매 등 환자에게는 자해 방지 장갑이나 모빌 등을 이용해 안정을 유도하며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바꾸고 있다.

한 환자는 “다른 요양병원과 달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재활은 물론 마음의 안정까지 찾고 있다”면서 “기존 요양병원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이 이 병원에 오면서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경도요양병원이 존엄케어를 실천할 수 있었던 비결은 우수 간병인을 고용해 환자와의 교감을 꾸준히 이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병원은 평균 6인실당 1명의 간병인을 두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병원에 상주하며 24시간 365일 환자를 돌보고 있다. 환자 1인당 한 달에 140만~150만원의 비용을 지불한다. 이중 절반인 70만원 가량이 간병비다. 이 금액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에 100% 환자가 부담한다.

이 병원을 운영하는 이윤환 인덕의료재단 이사장은 “짧게는 두 세 달에서 길게는 몇 년을 이곳에 있다 보니 금액이 부담스러워 간병비는 더 저렴하지만 서비스 질은 낮은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기는 분들이 적지 않다”면서 “우리는 그나마 공실이 없어 운영하지만 지방에 있는 다른 요양병원은 수도권과 비교해 환자가 적어 운영조차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까지 간병비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한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 시행이 목표다. 의료 역량이 높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2030년까지 500곳 선정하고, 간병비 건강보험 본인 부담율을 현행 100%에서 30% 내외까지 줄이는 게 골자다. 대상은 요양병원에 입원한 중증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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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9일 경도요양병원을 방문해 포괄2차 종합병원 지원 사업 간담회를 열고 병원 관계자 의견을 듣고 있다.

간병비 급여화가 시행되면 지방을 포함한 전국 요양병원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져갈 수 있어 서비스 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중증 고령환자 간병비 부담도 덜 수 있다.

현장에선 정부 정책을 환영하면서도 다양한 우려를 제기했다. 정부는 4인실(간병인 1명당 환자 4명)과 간병인 3교대를 기본 모델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선 기존 6인실 중심 병원 구조를 리모델링해야 하고, 더 많은 간병인을 채용해야 한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이러다보면 간병인 수급이 어려울뿐더러 환자의 본인 부담 경감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또 간병 급여화 지원 대상 요양병원을 500개로 제한하는 것 역시 환자 혜택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선재 요양병원협회장은 “초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데 건보 급여화 대상 요양병원을 500개로 한정하면 환자 입장에선 접근성에 제한이 생긴다”면서 “또 병원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일부 인력 해고 등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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