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부당유출·담합으로 물가불안 부추겨…국세청 세무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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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가격담합 등 불공정 행위로 물가불안을 부추긴 불공정행위자에 대한 세무조사 착수 브리핑을 하고 있다.[국세청 제공]

#전자제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A사는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제품 생산에 필요한 노하우 등 원천기술을 제공했다. A사는 현지법인 B로부터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기술사용료로 수취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터무니없이 낮은 대가를 받아 1500억원 상당의 외화자금을 국내로 미환류했다. 또한 사주일가는 코스피 상장을 앞둔 A사의 기업공개 내부정보로 대량의 주식을 취득해 수십억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고도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국세청은 가격 담합, 편법적 외화 유출 등으로 물가불안을 야기한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 31개 업체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조사 대상자는 가격 담합 등 독과점 기업 7개,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 4개, '슈링크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숨은 가격인상으로 소비자 주권을 침해한 기업 9개, 외환 부당유출 기업 11개 등이다. 이들이 탈루한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외환 부당유출로 조사 대상에 선정된 기업들의 탈루금액은 7000억~8000억원에 달한다. 부당하게 유출된 외화규모도 5000억~6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들은 법인자금을 사용해 가족 전체를 이주시키고 현지에서 고액 부동산, 요트 등을 취득했다. 이들 중 일부는 100% 자회사 해외 현지법인에 지급보증용역을 무상 제공해 국내은행에서 거액의 외화를 차입하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골프장을 인수하는 등 업무와 무관한 고가 자산을 취득하는 데 사용했다.

치킨, 빵 등 지출 비중이 높은 외식분야에서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중량만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업체들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들은 원재료·부재료 판매업체와 직거래가 가능함에도 계열법인을 끼워넣어 시가 대비 고가로 매입하거나 사주일가가 소유한 가맹점을 인수하면서 권리금을 과다하게 지급했다. 대표이사가 점주로 있는 가맹점의 가맹비와 인테리어 등 창업 관련 비용을 회사가 대신 부담하고, 법인 신용카드로 명품을 구입하고 비용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가격담합으로 적발된 기업 제비뽑기 등으로 낙찰 순번을 정해 나눠먹기 수주를 하고 들러리업체에 담합사례금을 지급한 뒤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담합사례금은 회사의 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수년간의 가격담합으로 제재를 받았던 한 업체는 수도권 소재 호텔을 운영하면서 사주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건물을 임대했다.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원재료를 저렴하게 수입했으나 판매가격에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기업들도 조사를 받는다. 이들은 사주 자녀가 운영하는 특수관계법인을 유통과정에 끼워넣거나 협력업체 명의를 빌려 재화를 수입한 후 매입한 것처럼 거짓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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