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 실내 가연성 물질이 피해 키워
침실 내 매트리스 가연성이 높아 불쏘시개 역할…난연 소재의 중요성 주목
국내에서도 가연성 물질에 대한 화재 예방 대책 시급 목소리
시몬스, 2018년부터 매트리스 전 제품을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로 생산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 참사에서 실내 가연성 물질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국내에서도 주거 시설 내 가연성 물질에 대한 화재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홍콩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 단지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현재까지 160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 화재 발생 43시간 만에 진화됐다.
화재 발생 당시 아파트는 외벽 보수 공사 중이었으며 아파트 1층 비계에서 발생한 초기 화염이 공사를 위해 설치해 둔 스티로폼, 비닐시트 등 가연성 소재에 옮겨붙어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홍콩 고층 아파트 화재를 통해 건축 현장에서의 화재 예방 체계 보완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한편, 피해 확대에 영향을 준 실내 가구 등의 방염·난연성 기준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거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규모를 더욱 키우는 실내 가구 중 하나는 '매트리스'다. 침실 내 매트리스가 가연성이 높아 불쏘시개로 언급된다.
김형두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침실은 불에 타는 가연재가 많고, 침대나 침구 등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때문에 사망자가 많다”며 “특히 매트리스는 차지하는 면적도 넓고, 공기층도 있기 때문에 불길을 확산시키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주요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실내 화재 시 매트리스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매트리스 화재 안전 기준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엄격한 시험을 통과한 제품만 사용할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7년부터 자국에서 생산·유통되는 모든 매트리스에 대해 '16 CFR Part 1633(침대 매트리스의 연소 성능 표준시험방법)' 통과를 의무화했다. 영국도 가정용 침대 매트리스는 가정용 가구류 관련 방염 규정(FFRs), 제품 안전 규정(GPSR)의 안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대형 화재가 발생한 홍콩의 경우 '홍콩 소방처 공식 가이드'에 따르면 폴리우레탄 폼 매트리스에는 영국 규격에 기반한 BS 7177:1995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BS 7177:1995 기준은 성냥 불꽃에 상응하는 가스 불꽃을 15초 동안 표면에 가하고 120초 내에 화염이 멈추는지 평가를 하지만 실제 대형 화재 상황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우리나라 역시 홍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국내 매트리스 난연 기준을 평가하는 'KS G 4300'도 불이 붙은 담배를 매트리스에 올려둔 뒤 매트리스가 10㎝ 이상 타지 않으면 인증을 받을 수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 같은 지적에 2017년 방재시험연구원에서는 실제 화재 상황을 가정한 'KS F ISO 12949(국내 표준시험방법)'를 마련했지만 강제성은 없다.

'KS F ISO12949'란 국제표준인 'ISO 12949'에 부합하는 기준으로 화재 시 인명 안전과 대피 가능 여부 등 실제 위험 요소를 평가하며 총 30분의 시험 중 최대 열 방출률이 200kW 이하, 최초 10분간에 걸쳐 총 열 방출량은 15MJ(메가줄)를 넘지 않아야 한다.
최근 대형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난연 소재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화재 발생 시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는 매트리스의 경우,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난연 제품 생산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침대업계 1위 시몬스 침대는 지난 2018년부터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을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매트리스'로 생산하고 있다. 시몬스는 지난해 공익을 위해 난연 관련 특허도 공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홍콩 화재 사건에서 알 수 있듯 고층 건물 화재는 초기 대응이 늦어지면 순식간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부 기업들이 난연 매트리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의무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