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연구진이 참여한 저에너지 영역 암흑물질 탐색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며 연구 지평이 확장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하실험 연구단(단장 김영덕)이 이끄는 국제 공동 암흑물질 탐색 실험 '코사인-100(COSINE-100)' 연구진이 3년 간 관측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 입자인 '낮은 질량 윔프(WIMP)' 탐색 민감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해 탐색 가능 에너지 한계를 획기적으로 낮추며, 그동안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던 저에너지 암흑물질 분야에서 향후 연구 확장을 위한 중요 발판을 마련했다.
암흑물질 유력 후보인 윔프 탐색은 세계적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 무거운 윔프뿐 아니라, 아직 탐색이 미진한 10기가전자볼트(GeV) 이하 '가벼운 암흑물질' 영역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영역을 탐색하려면 검출기에서 발생하는 극도로 미약한 저에너지 신호를 잡음과 구분해 내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수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에서 머신러닝 기반 신호 판별 기술을 새롭게 도입해 난관을 돌파했다. 검출기에서 발생하는 미세 빛 신호 파형을 인공지능(AI)으로 정밀 분석함으로써 기존 방식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웠던 잡음과 실제 신호를 0.7킬로전자볼트(keV) 초저에너지 영역까지 정확히 분리했다. 이는 암흑물질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희미한 신호까지 포착할 수 있는 독자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확보된 저에너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벼운 암흑물질 흔적을 정밀 추적한 결과, 암흑물질이 원자핵과 충돌할 때 원자핵이 가진 스핀에 따라 신호가 달라지는 경우를 분석하는 '스핀 의존' 상호작용 분석 및 2.5GeV 질량 영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 검출 제한값을 확보했다.
특히, 원자핵과 암흑물질이 충돌할 때 전자가 방출되는 '미그달 효과'를 분석에 새롭게 포함해, 탐색 가능 범위를 1GeV 이하의 가벼운 암흑물질 영역까지 대폭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동안 탐색이 어려웠던 사각지대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또 암흑물질이 원자핵 전체와 스핀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상호작용하는 경우를 분석하는 '스핀 독립' 상호작용 분석에서도 기존 코사인-100 분석 결과 대비 약 10배 향상된 검출 민감도를 달성했다. 이 향상된 민감도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이탈리아 다마(DAMA) 실험이 주장해 온 암흑물질 신호 영역(3시그마 허용 영역) 전체에서 윔프 신호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하며, 지난 9월의 연간 변조 분석에 이어 또 다른 방식(표준 윔프 모델)으로도 DAMA 주장이 성립하지 않음을 검증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사인-100 공동대표인 이현수 박사(IBS 지하실험 연구단 부연구단장)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머신러닝을 통해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저에너지 탐색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가벼운 암흑물질 탐색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있다”며 “특히 미그달 효과를 적용해 1GeV 이하 영역까지 탐색 범위를 확장한 것은 향후 암흑물질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2023년 양양에서의 실험 종료 후,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한 후속 실험 코사인-100U(COSINE-100 Upgrade) 검출기를 강원도 정선 예미랩으로 이전해 지난 9월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
코사인-100U는 섬광 수집 효율을 약 45% 향상시킨 고감도 검출기를 통해, 향후 20메가전자볼트(MeV) 수준 극저질량 암흑물질까지 탐색 영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 2일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