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가계신용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1주일 만에 1조원 이상 늘어난 가운데 요주의여신과 부실채권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건전성 악화로 충당금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실적 모멘텀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이달 7일 기준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105조9137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104조7330억원) 대비 1조1807억원 증가했다. 10월 한 달 증가폭(9251억원)을 1주일 만에 넘어선 것으로 2020년 7월 이후 4년 4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4대 금융지주 3분기 말 기준 요주의여신(연체 1~3개월) 합계는 18조3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4대 금융지주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부실채권 상각·매각 규모도 급증했다. 4대 은행 3분기 누적 부실채권 상각·매각액은 4조6461억원으로 2018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차주 상환 능력이 악화된 데다 신용대출 중심으로 여신이 늘면서 부실 위험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너스통장 잔액도 13일 기준 40조5955억원으로 전월 말(39조4672억원) 대비 1조1283억원 늘었다. 코스피가 2600선을 회복하면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폭발한 영향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총량 규제로 사실상 셧다운된 반면, 신용대출만 급증하는 구조다. 증권가에서는 연말까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요주의여신 증가는 향후 고정이하여신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4분기와 내년 1분기 충당금 적립 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위는 17일 참고자료를 내고 “10월 중 신용대출(+0.9조원)은 전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하였으나, 통상 10~11월은 계절적 요인 등으로 신용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 신용대출 증가추이가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중대 위험요인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신용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은 생산적금융 확대를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주택담보대출자산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올리고 은행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400%에서 250%로 낮췄다.
하지만 추가 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현재 은행권 자본부담 완화와 생산적금융 확대를 위한 의견을 수려해 여러 규제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위험가중자산(RWA) 산정체계 개편을 통해 은행계 증권사 RWA 계산식을 현실화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또, 은행이 부과된 과징금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운영리스크 수치화나 RWA 반영을 유예하는 절차 변경도 들여다보는 한편, 150조원 규모 정책펀드 등 생산적금융 출자분에 대해서는 지분투자 위험가중치를 자기자본 일정 비율 이내에 한해 완화하는 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요주의여신·부실채권 증가로 충당금 부담이 커진 가운데, RWA 부담까지 이어지면 자본여력 여유가 줄어 생산적금융 전환이 더뎌질 수밖에 없다”면서 “당국이 검토 중인 규제완화가 실질적 대출·투자로 이어지도록 내부 여건과 리스크관리 체계를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