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미국이 통상·안보 협상의 핵심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 문안 조율을 최종 마무리하며 양국 간 최대 현안이던 협상이 타결됐다. 이번 합의에는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추진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한국의 숙원 과제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공식적으로 반영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였던 협상이 최종적으로 타결됐다”며 국민과 기업, 협상 공직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이번 타결의 배경을 설명하며 “이번 의미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하는 데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합리적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내란과 그로 인한 국가적·사회적 혼란 때문에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늦게 관세협상의 출발점에 섰다”며 “그러나 한미동맹의 굳건한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존중과 이해에 기초한 호혜적 지혜를 발휘한 결과, 양국 모두 상식과 이성에 기초한 최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 한해 투자를 진행한다는 점을 양국이 확인했다”며 “원금 회수가 어려운 사업에 투자를 빙자한 사실상 공여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불신과 우려도 확실히 불식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와 핵연료 주기 관련 권한 확대가 미국의 공식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핵심 성과로 지목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 건조가 “대한민국의 수십 년 숙원이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필수 전략자산”이라며 양국이 이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지지를 확보했다”며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조선·원전 등 전통적 전략산업에서도 협력이 대폭 확장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국은 미 해군 함정까지도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 대통령은 이를 “대한민국과 미국의 조선업이 함께 위대해질 수 있는 발판”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주요 산업 재건 과정에 한국이 직접 참여하고, 양국이 첨단기술과 제조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 공동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합의는 경제·안보뿐 아니라 미래 전략산업으로 협력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그는 “조선과 원전 같은 전통 산업에서부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AI 분야에서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세계 3강이자 아시아의 인공지능 수도로서 격차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은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과 확장억제 공약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주도적 방위' 의지를 강조하며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 의지를 재차 언급했고, 미국도 이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안보·경제·첨단기술을 포괄하는 미래형 전략적 포괄동맹으로 발전했다”며 “한미가 함께 윈윈하는 동맹 르네상스의 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문안 조율이 지연된 이유와 관련해 그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글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며 “우라늄 농축, 핵 재처리, 핵추진잠수함 문제에 대해 미국 정부 내에서 조정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실질적 세부 문구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있었음을 언급하며 협상 과정의 난도를 설명했다.
협상 과정에서 국내 정치권의 압박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국익과 국민의 삶보다 국제적 역관계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상대 요구를 빨리 들어주라는 내부 압박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이 '비자발적 협상'에 가까운 구조였다고 설명하며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은 버티는 것이었다. 시간을 들이는 것이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아울러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한중 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됐다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경제협력과 교류를 지속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사회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오직 국익만이 영원하다”며 실용외교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5위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은 이제 주변국에 휘둘리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G20 정상회의 참석 등 앞으로의 경제·외교 활동을 통해 국민과 기업이 보다 안전하게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더 많은 미래를 개척하는 데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