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매출 27.5조 호실적
연료값 하락·여름 수요 증가 영향
부채 118조·조단위 이자 비용
전력망 확충 위해 재무개선 절실

한국전력이 분기 사상 최초 영업이익 5조원을 넘어섰다. 발전연료 가격 하락과 여름철 전력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됐다. 하지만 118조원에 달하는 부채와 연간 조단위 이자비용 등 전기요금 정상화 추진이 필요한 한전 입장에선 웃을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한전은 13일 지난 3분기 매출액 27조 5724억원, 영업이익이 5조 65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6%, 66.4% 늘었다. 1~3분기 누적으로는 매출액 73조 7465억원, 영업이익 11조 5414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주요 발전연료 가격 하락과 전력도매시장 가격 안정이 이번 실적의 배경으로 꼽힌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며 자회사 연료비 부담이 줄었다. 전력도매시장 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안정되면서, 한전이 민간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구입전력비(PPA)도 감소했다. 발전자회사 연료비는 2조 8151억원 감소했고, 민간발전사 구입전력비는 2130억원 줄었다.
전력 판매량도 늘었다. 올해 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냉방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지난해 단행된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10월까지 누적 반영됐다. 판매량이 0.4% 증가했고, 판매단가는 전년 동기 대비 5.5% 상승해 전기판매수익이 3조 9037억원 증가했다.
한전이 재정건전화 계획에 따라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 수익 확대 등을 병행해 온 점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한전은 전력그룹사와 함께 자구노력과 재정건전화 계획을 충실하게 이행해 3분기까지 누적 3조5000억원의 재무 개선 노력으로 영업실적 개선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호실적이 한전의 완전한 구조적 전환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난 3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부채는 118조 6000원, 부채비율 490%다. 차입금 잔액이 86조1000원에 달해 하루 이자비용만 73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이에 따른 연간 수조원의 이자 비용이 고정비로 작용해 수익 구조를 압박한다.

한전은 연료가격 안정과 요금조정, 자구노력 등 영향으로 2023년 3분기부터 9개분기 연속 연결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으나, 사채발행배수 한도 및 요금조정의 기준이 되는 별도기준 누적적자는 39조1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전기요금 정상화 지연이 한전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산업용 요금은 이미 여러 차례 인상된 상태로, 남은 카드인 가정용·상업용 요금 인상이 한전 수익성에 직결될 전망이다. 반면 정부는 올해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며 물가 안정에 방점을 뒀다. 게다가 내년 상반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 논의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한전 관계자는 “인공지능(AI) 확산, 첨단산업 육성 등 미래 핵심 산업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확충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재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전기요금 현실화와 구입전력비 절감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해 에너지고속도로 및 AI 인프라를 위한 국가 전력망 적기 구축에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