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TSMC 독점 AP 시장 '재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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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술 경쟁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TSMC가 독점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을 흔들지 주목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차세대 AP '엑시노스 2600' 양산을 준비 중이다.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로, 엑시노스 2600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설계한 제품이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내년 초 출시하는 스마트폰 '갤럭시S26' 시리즈에 엑시노스 2600 탑재를 결정하면 파운드리사업부가 2나노미터(㎚) 공정으로 양산할 예정이다. 현재 엑시노스 2600은 성능 테스트가 진행 중으로, 갤럭시S26 적용 여부는 4분기에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엑시노스2600이 갤럭시S26에 채택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엑시노스2600에 방열판 기능을 하는 부품 '히트 패스 블록(HPB)'이 새롭게 추가돼 기존 약점인 발열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미세공정 기술력도 개선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중이다. 3㎚ 공정으로 만든 '엑시노스 2500'을 '갤럭시Z플립7'에 공급했고, 테슬라의 2㎚ 기반 인공지능(AI) 반도체도 수주했다. 엑시노스 2600은 테슬라 AI 반도체보다 먼저 양산된다는 점에서 삼성 2㎚ 파운드리 공정 운명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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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스냅드래곤8' 2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사진=퀄컴)

엑시노스2600을 성공적으로 양산할 경우 삼성 파운드리는 큰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세를 몰아 퀄컴 AP 수주에 나설 전망이다.

퀄컴은 모바일 AP 1위 기업이다. 삼성은 과거 퀄컴 AP를 생산했으나, 3㎚ 공정부터는 수율 문제로 TSMC에 물량을 뺏긴 바 있다.

삼성 파운드리 안정화가 전제 조건이지만, 퀄컴 역시 삼성전자와 손을 다시 잡을 이유가 커지고 있다. TSMC에 대한 AP 생산 의존도가 높아서다.

퀄컴은 AP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TSMC 3㎚ 2세대 기술로 제조하고 있다. 이 공정은 웨이퍼당 1만8500달러(약 2575만원) 수준으로, TSMC는 3㎚ 공정 단가를 최대 8%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5㎚ 이하 스마트폰 AP 출하량의 87%를 차지할 정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로 독점적 지위를 확보,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다. TSMC가 미세공정 웨이퍼 단가를 인상하면 대안이 없는 퀄컴으로서는 AP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퀄컴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첨단 공정에서 고객사를 확대해야 하는 삼성과 퀄컴이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AP 시장에서 반등을 도모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은 조성돼 있다”며 “삼성이 기술력을 입증해 주문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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