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장관·여한구 본부장
러트닉 자택·출장지 찾아가
삼성·현대차·한화 총수 합세
민간 실탄 지원으로 돌파구
對美 투자 패키지 합의 핵심
대출·보증 프로그램까지 결합

우리나라가 미국에 총 3500억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키로 하면서 우리 경제와 산업을 옥죄던 트럼프발 관세 불확실성도 해소됐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우리 기업 경쟁력을 되찾은 것도 고무적이다. 특히 농축산물 개방과 디지털 규제 해소 등 미국이 허물기를 요구하던 비관세장벽을 지켜낸 것도 성과였다.
이처럼 '국익을 지킨' 한미 무역협상이 타결된데에는 정부의 끈질긴 설득 노력과 기업의 측면 지원이 있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협상의 키를 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의 자택, 출장지인 스코틀랜드까지 찾아가 협상을 지속하는 열의를 보였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기업인도 미국으로 날아가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측면 지원했다.
한미 무역협상 우리 측 수석대표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상호관세는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및 관련 부품에 적용되는 품목 관세도 25%에서 15%로 인하됐다. 반도체와 의약품 등 앞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있는 품목 관세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구 부총리는 브리핑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접견하고 이러한 무역협상에 최종 합의했다. 이 자리에는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이 배석했다.

합의 핵심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다. 이는 △미국 내 조선·해양플랜트·MRO(정비·수리·운영) 생태계 구축을 위한 MASGA 프로젝트(1500억달러) △핵심광물 확보, 반도체·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2000억달러)으로 구성됐다. 대출·보증·직접투자 프로그램을 결합해 미국의 '경제안보' 요구를 충족시켰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이 보증·대출을 담당한다.
우리 기업의 역할도 컸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반도체 투자와 연계한 신규 팹라인 건설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으며,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 전기차·배터리 생산시설 증설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한화그룹은 선박·에너지 인프라 관련 투자안을 패키지화해 협상 카드로 제공했다. 이 같은 민간의 '실탄 지원'은 미국 측 압박을 완화하고 협상 타결의 돌파구를 열었다는 평가다.

협상 막판에는 러트닉 장관을 '마크'하며 '출장 협상'을 이어간 산업부의 노력이 있었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은 워싱턴DC와 뉴욕, 스코틀랜드를 오가며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을 24시간 설득했다. 이후 구 부총리가 가세하고 기업 총수들의 현지 지원을 더해지면서 극적 타결을 끌어냈다.
'민감'했던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 분야 추가 개방을 막아낸 것도 성과였다. 다만 미국 측이 검역절차 개선을 공식 요구하면서 향후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이 '무역장벽보고서(NTE Report)'에서 지적했던 △쇠고기 수입조건 △과일류 냉처리·산지 제한 △GMO 승인 절차와 표시제도 등의 검역제도(SPS) 등의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협상으로 관세 인상 위험은 방어했지만, 검역을 중심으로 한 제도적 압박은 앞으로도 통상 현안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 본부장은 “이번 협상은 무난하게 마무리됐지만 앞으로도 안심하기보다는 제도 개선이나 경쟁력 강화 같은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