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 두마게티에서 열린 한자대학동맹(Hanseatic League of Universities) 제5차 연차총회에서 '우리 랭킹(WURI Ranking)'으로 알려진 세계혁신대학 평가(World University Rankings for Innovation)의 2025년 순위가 발표됐다. 예상대로 미국의 미네르바대학과 애리조나주립대학이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정규 대학은 아니지만 대학보다 더 높은 명성을 가진 프랑스의 에콜42가 3위를 기록했다. 전통 대학 중 혁신으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대, MIT, 스탠퍼드는 각각 4·5·6위로 소폭 하락했다.
WURI 랭킹의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학의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평가한다. 교수들의 논문 실적처럼 과거의 성과를 측정하는 통계를 수집하지 않고, 대학이 현재 추진 중인 혁신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그 안에 담긴 창의성과 실현 가능성을 평가한다. 따라서 꼭 저명한 교수들이 모인 명문대학이 아니더라도, 학생과 사회를 위해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을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실천하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한자대학이 8위를 차지해 11위를 기록한 하버드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고, 2010년에 설립된 튀르기예의 압둘라 귈대학이 13위에 올라 1209년에 설립된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15위)을 앞질렀다.
둘째, 외부 평가자가 아닌 대학 스스로 평가에 참여한다. 혁신 사례를 제출한 각 대학의 총장들이 평가자로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2025년에는 세계 87개국의 1252개 대학이 16개 카테고리별로 약 300건씩 총 4866건의 혁신 사례를 제출했으며, 이를 203개 대학 총장들이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사례뿐 아니라 다른 대학들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상호 학습의 기회를 얻게 된다.

셋째, 혁신을 16개 기준으로 나눈다.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For Whom)'와 '어떻게 혁신하는가(How)'라는 두 축으로 나누고, 각각 8가지 세부 항목으로 분류한다. '누구'는 학생, 산업, 사회, 세계를 대상으로 각각 2가지 기준을 설정하고, '어떻게'는 주체, 환경, 자원, 메커니즘의 네 요소를 각각 2가지 기준으로 구분한다. 각 대학 총장은 WURI 랭킹에 참여하기 위해 자교의 혁신 프로그램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넷째,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의 시각에서 대학을 바라본다. 즉, 각국 교육부가 인정하는 대학이 아니라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사회 진출을 위해 선택하는 고등교육기관을 평가한다. 이에 따라 3위를 기록한 에콜42는 물론이고, 실리콘밸리의 창업사관학교인 싱귤래리티대학(35위), 도요타가 설립한 토요타기술연구소(103위), 애플이 만든 애플대학(산업응용 94위), 한국의 BBQ가 세운 치킨대학(학생 관점의 이동성과 공개성 부문 32위) 등도 순위에 포함되었다.
2025년 WURI 랭킹에서 한국 대학들은 지난해보다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 국내 대학 중 1위를 기록한 인천대학교는 지난해 18위에서 9위로 올라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고, 서울대는 19위, 한국외대 22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45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밭대(51위), 가천대(61위), 청운대(64위) 등 지방 대학들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총장을 비롯한 대학 리더십의 의지에 따라 지방대학도 세계적인 혁신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더 많은 대학이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학생과 사회, 그리고 미래를 위해 혁신을 통한 창조적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조동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석좌교수 겸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dscho123@gmail.com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서울과학종합대학원 발전자문위원 겸 석좌교수, 국제연합훈련조사원 SDG경영대학 이사장도 맡고 있다. 서울대 국제지역원장·경영대학장, 북경 장상강학원 전략전공 교수, 국립인천대 총장, AI경영학회 창립회장, 국제경영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