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전기 상업 생산을 시작한 우리나라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1호기가 해체에 들어간다. 영구정지한 지 8년여만이다. 앞으로 12년 동안 하나하나 뜯어내고, 방제해 다시 쓸 수 있는 땅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결정과 절차에 따라 진행될 고리1호기 해체 작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산업분야다. '원전해체'에 관한 기술적 토대와 경험, 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원전 건설과 운영·안전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와 체코에 두차례 원전을 수출했다. 발주 금액만 수조원, 건설 뒤 전력 회수비까지 포함하면 수십조원 경제효과를 거둬 들였다.
고리1호기 착공과 건설 당시, 원천기술은 미국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했다. 그 뒤 50년 가까이 독자적으로 축적해온 원전 기술은 종주국 미국이 오히려 퇴조돼 가는 상황 속에도 우리나라를 독립적인 원전수출국에 당당히 올려놓았다.
고리1호기 건설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당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이후 주인이 일본과 캐나다 기업으로 바뀌며 부침을 겪지만 여전히 전세계 원전 수출시장에서 막강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바로 지식재산권 때문이다. 우리가 UAE 원전 수출 때도 분쟁직전까지 갔고, 체코에서도 웨스팅하우스와의 조율이 필요했던 연유다.
원전해체에 있어 고리1호기 규모 대형 원전을 완전히 해체해 본 국가는 지금껏 미국 뿐이다. 여기에도 웨스팅하우스가 개입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 우리의 새로운 기회가 나온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 설계와 건설에 대한 특허와 지재권을 가졌지, 그 역순인 해체에 있어선 우리가 오히려 독립 특허를 가질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전기 생산을 멈추고 해체를 기다리는 원전은 총 22개국, 214기에 달한다고 한다. 해체 시장규모는 무려 500조원에 달하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이번 고리1호기 해체를 통해, 안전한 해체 절차와 방법론·방사성 폐기물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원자로 해체와 분리 등 초 고난도 작업에 대한 완전한 기술과 노하우를 확보한다면 이는 바로 '한국형 원전해체 모델'이 될 것이다.
원전 수출국을 넘어 원전해체 기술 수출국으로서 전세계 폐쇄 원전 안전 철거에 나선다면 그 자체로 지구 환경 개선에 이바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고리1호기 해체는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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