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그룹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유통 생태계 전략을 구체화했다. 카카오톡을 축으로 금융·콘텐츠·기술 역량을 결합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실제로 사용되는 환경을 만든다는 접근이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는 23일 서울 포시즌호텔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K금융 대전환' 심포지엄에서 카카오 그룹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신 대표는 카카오 그룹 스테이블코인 공동TF장을 맡고 있다.
카카오 그룹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경쟁보다는 실제 유통과 사용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카카오가 제시한 경쟁력은 채널과 인프라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카카오톡을 확산 채널로 삼고,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의 금융 인프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게임즈의 K팝·엔터테인먼트, 웹툰·웹소설, 게임 사업을 단계적으로 연결해 디지털자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신 대표는 “카카오 그룹과 파트너들이 함께 구조 전반을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단계별 전략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첫 단계는 제도 환경에 맞춘 안정적인 운영 구조를 구축하고 초기 활용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다. 카카오 그룹 내부는 이미 스테이블코인 실사용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금융을 기본 축으로 하되, K콘텐츠를 유통하는 엔터테인먼트사, 지역 경제와 연결된 로컬 사업자, 게임사, 해외 연계 플랫폼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제 작동 구조를 먼저 만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스테이블코인을 투자 수단이 아닌 비효율을 줄이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안착시키는 데 주력한다. 신 대표는 “지역화폐나 B2B 정산에 스마트컨트랙트를 결합하면 자금이 한 번 쓰이고 끝나는 구조를 넘어 여러 차례 순환할 수 있다”며 “정책적·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 단계는 국내외 활용 사례를 대규모로 확장하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법정화폐, 스테이블코인, 암호화폐 등을 함께 담는 '슈퍼 월렛'을 구축하고, 개인 간 송금은 물론 결제·정산 영역으로 활용 범위를 넓힌다. 특히 카카오는 슈퍼 월렛과 파트너 월렛을 직접 연결하는 구조로 중개를 최소화한 크로스보더 송금과 결제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기업 간 정산, 외국인 근로자 송금, 글로벌 콘텐츠 정산 등이 주요 활용 분야로 꼽힌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은행 중심으로 고착된 기존 지급결제 흐름에 균열이 생긴다. 국경을 넘는 결제와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래 트래픽과 부가가치가 기존 은행·중개 네트워크로 흡수되는 구조를 줄이고, 이를 카카오 생태계 안에서 축적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디지털 인프라, 결제·정산 서비스, 다양한 사례를 하나로 묶는 통합 금융 네트워크 구축이다. 참여자에게 개방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규칙과 책임이 명확한 금융 생태계를 만든다는 목표다.
신 대표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주권을 잠식하는 흐름에 대응하는 한편, 워화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활용처를 확보해 가야 한다”면서 “제도 기반이 마련되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결제·정산 패러다임 변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