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호 100대 사건]〈10〉서울 용산 전자상가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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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7월13일 당시 본지(전자시보)에 실린 용산전자상가 개장 후 모습 (자료=전자신문DB)

서울 용산전자상가는 한국 전자유통 산업의 메카이자 정보기술(IT) 산업 성장기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1987년 개장한 용산전자상가는 1990년대 들어 개인용컴퓨터(PC) 보급이 빨라지면서 조립PC와 관련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IT 유통 성지로 떠올랐다. 초기에는 일본이나 대만에서 부품을 수급해 조립한 후 저렴하게 파는 조립PC가 주력 상품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브랜드 PC가 자리잡기 전까지 용산전자상가의 조립PC는 국내 IT산업 성장을 뒷받침하는 한 축을 담당했다.

당시 온라인 쇼핑 체계가 없었고, PC와 주변기기까지 모두 비교해볼 수 있어 PC를 사려면 반드시 가야하는 곳으로 인식됐다. 특히 더 좋은 PC와 주변기기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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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 개장 1주년 기념 행사 전경 (사진=전자신문DB)

용산전자상가는 2000년대 IT 버블과 맞물려 더욱 호황을 누렸다. PC 유통뿐만 아니라 게임, 애니메이션 관련 기기와 콘텐츠 시장도 함께 형성돼 소위 '덕질 문화'의 대표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콘솔게임 패키지나 애니메이션을 구하기 위해 용산전자상가를 방문하는 문화도 형성됐다.

호황을 누리던 용산전자상가는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비교검색과 빠른 배송이 대중화되면서 용산전자상가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권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영향을 받았다.

용산전자상가는 전자유통 메카에서 쇠락한 오프라인 상권으로 이미지가 형성됐다가 최근 스타트업 유치 등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시와 상인, 기업이 협업해 용산 고유의 IT 특화 기능을 살리면서도 젊은 세대가 다시 모여드는 실험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골자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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