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미 대표의 기업 커뮤니케이션으로 살아남기 〈1〉실패가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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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백종원 씨는 미식가이자 요리사 그리고 뛰어난 사업가다. 흑백 요리사에서 그의 매력은 전방위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그는 실패한 기업 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다.

더본코리아 주식이 상장하는 첫날, 팬심을 담아 상징적으로 10주를 구매했다. 그리고 손절했다. 절반가 이하로. 그의 문제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언어가 흔들리는 순간, 브랜드도 흔들린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간과한 CEO는 실패한다.

최근 더본코리아 사태는 브랜드 핵심이 단순한 인기나 신뢰 누적이 아니라, 구조화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백종원 대표는 오랫동안 대중적 이미지와 콘텐츠 역량, 사업적 통찰을 겸비한 인물로 신뢰를 받아왔지만, 정작 위기의 순간 조직은 말하지 못했고 시장은 더 이상 믿지 않았다. 대표 해명만으로 대응이 이뤄지고 공식 입장은 지연됐으며, 조직 차원의 언어 구조는 드러나지 않았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브랜드 자체에 타격을 입혔다.

이 상황은 스타트업 초기에 종종 발생하는 언어 혼란과 구조 결핍의 전형적인 결과와도 닮아 있다. 창업자들은 “브랜드는 나중에 정리해도 되지 않나”, “IR 자료만 잘 만들면 되지 않나”라는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후순위에 둔다. 그러나 가장 먼저 형성되지만 가장 나중에 점검받는 것이 바로 조직의 언어다.

“이 회사는 뭐 하는 곳이죠?”라는 질문에 창업자는 매번 동일한 답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스타트업은 IR 피칭에서 'AI 기반 헬스케어 기업'이라 설명하고, 홈페이지에는 '디지털 치료 솔루션'이라는 문장을 넣으며, 채용 인터뷰에서는 '앱을 만드는 회사'라고 말한다. 회사 내부에서는 '서비스'로 부르는 것을 외부 문서에서는 '기술'이라 표현하고, 투자자 앞에서는 '플랫폼'이라고 포장하는 일이 반복된다.

초기에는 표현이 조금 달라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인원이 늘고 부서가 생기고 외부와 접점이 늘어날수록 언어의 차이는 곧 혼선으로 이어진다. 마케팅팀이 만든 콘텐츠를 IR팀이 수정하고, 개발팀의 설명은 법무 검토와 충돌한다. 대표 인터뷰가 고객센터의 응대 매뉴얼과 어긋나는 일도 벌어진다. 결국 “우리는 어떤 언어로 회사를 설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문제는 단지 언어의 '톤'이 아니다. 언어의 혼선은 곧 정체성의 혼선을 유발한다.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성장한 다음'의 문제가 아니다. 말은 조직이 시장을 이해하는 방식이며, 내부적으로 방향성을 공유하는 수단이다. 처음부터 언어를 정리한 조직은 흔들리지 않는다. 외부에는 신뢰를, 내부에는 일관된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

조직 언어를 정리하는 도구로 '메시지북'이 있다. 이는 회사가 외부에 자신을 어떻게 설명할지를 명문화한 문서다. 회사 소개를 어떤 문장으로 시작할지, 핵심 제품은 어떤 용어로 설명할지, 피해야 할 단어는 무엇인지가 기준으로 정리되어야 부서 간 충돌과 메시지 왜곡을 줄일 수 있다.

시장이 바뀌고 고객 기대가 변하면서 조직의 말도 바뀌게 된다. 메시지북은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주기적인 점검과 업데이트, 대표 메시지의 정리, 조직 내 피드백이 함께 이뤄질 때 말은 조직의 자산이 된다.

회사 핵심은 시간이 지나며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해간다.

조직 성장은 구성원과 함께 이뤄지며, 조직의 언어 역시 그 성장 과정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언어는 그 변화 속에서도 방향을 정리해주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내부에서의 설득이 외부로 확장되고, 내부 언어의 정합성이 곧 외부 신뢰의 기반이 된다.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출발점은 결국 하나의 문장이다. 그 문장이 흔들릴 때, 조직도 함께 흔들린다. 회사가 흔들린다.

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chloemoon@thecompanies.co.kr



〈필자 소개〉

※ 문경미 대표는...

문경미 더컴퍼니즈 대표는 오마이뉴스, 뉴스토마토, 전자신문 등에서 기자를 역임했다. 정치사회분야는 물론, 중소기업 및 벤처 영역을 취재했다. 루트로닉 커뮤니케이션팀장, 팍스경제TV 전략기획실장, 블록몬스터랩 대표이사를 거쳐, 최근까지 JYP엔터테인먼트 사외이사(ESG위원장)로 활동했다. 주로 비상장 및 상장 기업들의 IR과 PR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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