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를 앞두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심지어 자국 반도체업계 마저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아직 적용 관세율 확정과 발효 등 최종 절차가 남아있긴 하지만, 이 또한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경제 자멸'의 단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반도체는 지난해 우리가 미국에 82억 달러 어치를 수출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미국산 반도체장비를 45억달러 어치 수입한 말하자면 공생 산업이다. 우리 반도체 수출이 갑절 가까이 많다고 하지만, 국가 경제 규모를 반영한다면 오히려 수입이 훨씬 더 적어도 미국으로선 할 말 없는 구조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측에 “한국은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하면서 로직칩과 반도체 제조장비를 수입하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며 “(반도체) 관세가 이런 관계를 훼손하고 미국 반도체(장비) 산업을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냈다고 한다.
일본과 대만 정부도 각기 처지에 맞는 이유로 관세 적용 유예 또는 품목제외를 미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이처럼 주요국 정부가 미 행정부의 조치 또는 명령에 대해 동일한 논박을 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일 수 밖에 없다. 서로 각국이 이익를 챙기고, 피해를 줄이기 바쁜 상황에 이같은 한목소리가 나오는 것 자체가 외교통상史에 좀체 없던 일이다.
그만큼, 글로벌 반도체산업은 기술과 혁신의 물길을 따라 아주 복잡한 공급망 체계로 얽혀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미국 뿐 아니라, 일본·대만·유럽까지 서로 필요한 부분을 공급 받고, 또 공급해주는 보완 구조가 오랫동안 자리잡아왔다. 미국 관세가 이 공급망을 교란하면, 미국 이외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더 큰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인공지능(AI)과 글로벌 데이터산업 주도권 등 손아귀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을 잡은 상태로 또 다른 새 목표까지 움켜쥘 수는 없는 것이다. 그 핵심에 있는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반도체가 이끄는 미래 AI·데이터시장 성장의 결실을 주요국·선도기업과 공유하면서 더 큰 공동이익을 얻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결국, 지금 누리는 패권도 잃을 수 있다. 반도체 관세를 자국 산업 보호란 한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반도체를 활용한 글로벌 혁신을 더 큰 자산으로 얻는 혜안이 필요해 보인다.
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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