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분기, 가계부채는 1900조원을 넘어섰지만 그 무게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새롭게 대출을 받기엔 금리가 너무 높고 조건은 까다롭다. 이들은 생계에 필요한 소액 자금도 빌리지 못해 사금융의 문턱을 넘고 있다. 결국 고금리와 고위험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현실과 맞닥뜨린다.
한동안 제도권의 빈틈을 메워온 대부업은 서민의 일상에서 실제로 작동해 온 금융 수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8000여개의 대부업체는 저신용자에게 오랜 기간 중요한 선택지였다. 다만, 최근 시중은행 중심의 서민금융 강화 흐름 속에서 이들의 역할은 다시 정립될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의 서민대출 확대는 금융 포용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흐름이다. 그러나 제도권 밖의 저신용자와 불안정 소득층까지 포괄하려면 별도의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 현행 20%인 최고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방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방향이다. 하지만 모든 계층에 동일한 효과를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저신용자의 금융 접근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 설계는 더욱 정밀한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또 정책의 속도가 시장의 현실을 앞서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다.
대부업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도 구조적 제약 중 하나다. 고리대금과 강압적 추심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오랫동안 산업 전반을 압박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산업 전체를 하나의 잣대로 판단해선 곤란하다. 건전하고 투명한 운영 업체에 대해선 소비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생활금융사'나 '서민금융전문회사'와 같은 명칭 변경은 겉모습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정책 방향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민금융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부딪히는 현실은 자본조달의 한계다. 수신 기능이 없는 상황에서 시장 금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대출금리가 높아지고, 이는 취약계층의 상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정책기관은 유동성 공급이나 보증 장치를 통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책 서민금융 상품의 일부를 건전한 대부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은 가능한 대안 중 하나다. 자금의 유통 경로를 다변화하면서도 책임 있는 사업자를 통한 정책 이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핀테크 기술의 결합은 서민금융에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해법일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대안신용평가 및 자동화된 상환 계획, 채무조정 시스템이 포함된 플랫폼은 기존보다 정교하고 유연한 접근을 가능하게 한다. 다만 대부업체들이 단독으로 구현하기엔 역량상 한계가 있다. 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이나 기술 플랫폼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
정책당국의 역할도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금융 생태계의 균형과 협력을 촉진하는 적극적인 조정자 역할이 요구된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업체에겐 포용금융인증제 같은 제도와 함께, 제도권 안착을 돕는 정책적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책임 있는 민간 참여를 유도하고, 금융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서민금융의 진정한 가치는 경제적 지원을 넘어 사회적 연결망을 복원하는 데 있다. 금융소비자는 단지 도움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시스템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다. 취약계층의 삶과 제도권 금융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를 좁히고,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서민금융이 마지막 선택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당당한 선택으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포용금융의 진정한 의미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송민택 한양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nagaiaida@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