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아닌 국익”…탈당 후 신중한 행보 끝 지지 선언
민주당 “긍정 평가”, 국민의힘은 침묵
김상욱 의원의 '실용 보수' 실험, 대선판 흔들까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무소속 의원이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면서 대선 정국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보수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재명 후보가 가장 보수다운 후보”라고 규정하며, 이념과 진영을 뛰어넘은 선택임을 강조했다. 김 의원의 이번 결단은 단순한 지지선언을 넘어 정치적 지형과 보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상욱 의원은 지난 8일 국민의힘 탈당을 발표한 뒤, 일주일 만에 이재명 후보 지지로 직행했다. 그는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후보만이 진영 논리를 넘어 국가 통합의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고, 직면한 국가 과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한다”며 “이 후보를 21대 대통령의 적임자로 공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후보의 역량으로 △행정 안정성과 정책 혁신의 경험 △내부 경쟁 극복을 통한 리더십 △'12·3 내란 사태' 대응 경험 등을 들며, “일 잘하는 입증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저의 지지 선언은 정당 가입 등 제 거취와는 별개의 것”이라며 향후 정치적 행보와는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특히 이 후보를 “포용과 품위, 책임감을 갖춘 후보”라고 평가하며 “보수의 기준에 따라 평가하더라도 가장 보수다운 후보”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전통적 보수 유권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는 대목이다.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실용과 능력을 중심으로 한 '탈진영 정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어서다.
김 의원은 “보수와 진보는 진영이 아니라 역할과 기능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진영 정치 구도를 탈피하면서 동시에 '보수다움'의 기준을 새롭게 묻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김 의원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 후보는 “김 의원처럼 원칙을 지키고 국민 입장에서 행동하는 정치인은 귀한 존재”라며 화답했다. 박찬대 상임선대위원장도 “입당 의사를 밝힌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내 흡수 가능성도 열어둔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식 입장을 자제하고 있다. 김 의원이 탈당 당시 “오늘의 보수 가치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공정·합리·개방·포용·자유를 기준 삼아 판단해달라”고 언급했던 점은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