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어요. 굽히지 않고 불의에 맞서는 성격 때문에 나쁜 선배들에게 폭행당하기도 했습니다. 옳은 주장이라도 힘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고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복싱을 시작했습니다.”
복싱 전문 유튜브 채널 브랜드 '링사이드코리아'를 운영 중인 김기현 대표는 20대 초반 복싱의 길에 들어섰다. 프로 무대를 꿈꿨지만 나이, 생계 문제, 체육관 계약 문제 등으로 데뷔가 무산됐다.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고향인 부산에서 체육관을 운영하며 복싱에 뜻이 있는 후배를 양성하기 시작했다. 프로 선수로 뛰는 제자를 길러내며 대신 꿈을 이뤘다. 8년 전부터는 복싱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링사이드코리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복싱은 단순한 격투 기술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응하는 법과 신체적 자신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이 매력적”이라면서 “복싱의 재미와 트레이너 경험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링사이드코리아의 인기 비결은 21년에 달하는 김 대표의 복싱 경력에서 나오는 전문성이다. 스스로 훈련 루틴을 짜기 어려워하는 초보자부터 최고 비결을 찾는 고급자까지 누구나 만족할만한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면서 2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모았다.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방목 탈출 복싱단'이다. 김 대표는 초보자가 체육관에 등록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혼자 운동하게 되는 이른바 '방목' 문화에 문제의식을 느껴 해당 콘텐츠를 기획했다. 실제 체육관 훈련 프로그램처럼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영상 콘텐츠로 구성했다.
회원들에게 좋은 복싱 장비를 보급하기 위해 시작한 커머스 사업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복싱 선수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복싱 글러브, 핸드랩, 헤드기어 등을 개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대표 상품인 '케나인 복싱 글러브'는 복싱 선수라면 흔히 겪는 엄지손가락과 손목 부상을 줄이기 위해 인체공학적구조를 반영했다. 엄지손가락을 주먹 안으로 넣도록 설계해 손에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손목 보호를 위한 이중 패딩 기술도 적용했다.
최근에는 카페24 플랫폼으로 '유튜브 쇼핑' 기능을 적용했다. 유튜브 채널에 '스토어' 탭과 각 콘텐츠에서 링사이드코리아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한다. 제품을 접한 시청자가 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구매 여정을 설계했다. 매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었다.

김 대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콘텐츠 안에 정보와 신뢰를 담아 구독자와 소통하는 활동이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출 수 있어 좋았다”며 ”시청자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라이브 방송 등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링사이드코리아는 일본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브랜드 상표는 이미 현지 등록을 마쳤다. 김 대표는 “콘텐츠와 제품으로 한국 복싱의 저력을 보여주고, 'K-복싱'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도 통하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면서 시청자와 함께 오래 호흡하며 성장하는 복싱 채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