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이 대한민국 품에 안기게 됐다. 최근 체코 반독점사무소(UOHS)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경쟁자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이의 신청과 항소 등을 모두 체코 당국이 기각하면서 계약 체결을 보류했던 임시 조치도 해제됐다. 최종 계약은 다음 달 체결될 것으로 알려졌다.
약 24조원 규모의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두 번째 해외 원전 수출을 달성하게 된다. 팀코리아의 기술력과 외교력이 결합한 쾌거다. 정부와 기업이 '팀코리아'로 하나 돼 치밀하게 움직인 결과다.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완공 경험, 체계적 프로젝트 관리능력은 체코 정부의 신뢰를 얻는 데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눈을 국내로 돌려보면 이 같은 쾌거에도 씁쓸함은 지울 수 없다. 현재 제1당이자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팀코리아'의 체코 원전 수주 과정을 두고 '덤핑 수주' '쪽박' '수익성이 없다'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에나 신경써라' 등의 비난을 일삼아 왔다. 수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를 향한 비난이 거세지자, 외신을 통해 이런 소식이 체코 현지에 전해지기도 했다. 정부 협상력과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줄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정치 행태다. 국가 위기 상황에선 여야가 없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정치적으로 분열돼 있으면 상대에게 한쪽 뺨을 내주고 싸움을 시작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정치권이 국가적 중대사에선 당리당략이 아닌 대한민국을 위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미국과의 협상을 시작한 정부를 향해선 초당적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전쟁은 내부가 분열하면 반드시 패배할 수 밖에 없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