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요 조선사들이 중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컨테이너선 등을 연이어 수주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 강화에 따른 반사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오세아니아 선사와 △8400TEU급 컨테이너선 4척 △2800TEU급 컨테이너선 8척 △18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앞서 23일에는 28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하고, 24일에는 1만 6000TEU급 컨테이너선 2척을 수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흘 새 총 22척의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것이다. HD현대미포는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총 33척(클락슨리서치 기준)의 피더 컨테이너선(3000TEU 미만급) 중 절반에 가까운 16척을 수주,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피더 컨테이너선 시장은 안정적인 내수시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조선사들이 그간 우위를 보여왔으나 HD현대미포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높은 품질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같은 날 삼성중공업도 아시아 지역 선주와 컨테이너운반선 2척을 5619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올해들어 삼성중공업이 컨테이너 운반선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화오션의 경우 이날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3710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그간 중국은 저렴한 원가 등 앞세워 컨테이너선과 VLCC 등의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보여 왔다. 조선·해운 시황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 세계 대형 컨테이너선 신규 수주 점유율은 78%다. VLCC의 경우 우리나라와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어 선주사들이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 조선소에 해당 선박을 발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 업계는 기대감을 키우는 분위기다. 향후 우리나라와 미국의 협력이 강화되면 선주사들의 이같은 행보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컨테이너선과 원유운반선의 경우 노후선 비중이 높은데다 환경규제로 인한 교체 수요가 점차 늘고 있어 친환경에 강점이 있는 우리 조선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인 기술력과 품질, 납기 신뢰도를 앞세워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위주의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