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무기로 글로벌 관세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재차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맞불 대응에 나서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한국은 1, 2위 수출국 간 갈등격화로 불똥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이것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밝힌 뒤 “버텨내라. 쉽지 않겠지만 마지막 결과는 역사적일 것이다.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맞불 관세'를 발표한 중국을 두고도 “중국이 미국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고 승세를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대응은 미국 증시가 폭락하고 중국 등 경쟁국이 미국에 강경 대응 조치를 밝힌 상황에서 이뤄졌다.
중국은 오늘 10일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 첨단 기술 분야의 필수 광물인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도 단행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동영상 플랫폼 틱톡 인수에도 제동을 걸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 중국 관세 인하의 조건으로 중국의 틱톡 매각 협조를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도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국 빅테크에 대한 데이터 사용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5일(현지시각)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차원에서 규제, 재정, 관세 등 여러 수단을 쓸 수 있다”며 “특정 요구 조건을 강화하거나 특정 디지털 플레이어들의 데이터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에 불이 붙기 시작하는 가운데 당분간 상황은 격화할 공산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국가별로 추가되는 관세는 9일 0시 1분부터 적용한다. 상호관세 행정명령에 '수정권한' 조항을 넣어 국가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사이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이 극히 낮다.
상호관세 부과가 본격 시행되면 세계 경제에도 메가톤급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미·중을 1, 2위 수출 시장으로 둔 한국은 공급망 재편, 필수 자원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한 악영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 미국으로부터 25%의 상호관세율을 적용받은 상황에서 중국 시장 진입로가 좁아지고 미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중국산 제품의 공급과잉까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이 양자 FTA가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한화 약 68조 5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