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 회피한 김병주 회장, 사재출연 시기·규모 불투명 지적
경영진의 진정성이 적대적 M&A 국면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3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 것과 대조적으로, 김광일 MBK 부회장이 말로만 사재출연을 앞세우고 있어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최근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의 적대적 M&A 공방이 한창인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3월 13일 본인 소유의 고려아연 주식 3만8000주(약 400억원 상당)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 사실이 28일 고려아연 노조를 통해 공개됐다. 경영권 방어와 한주가 아쉬운 국면에서 몇 백억원 지분을 임직원 복리 증진을 위한 기금으로 내놓은 것이다.
반면 흠플러스 기습회생 등 경영실패와 사기, 탈세, 배임 등 의혹에 휩싸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은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비판이 쇄도하자 면피성 사재출연을 얘기했지만 뒤에선 호화사치 생활을 즐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MBK 김광일 부회장은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와중에 4억~6억원대 페라리를 비롯한 10여대 슈퍼카와 이를 보관하기 위한 개인 주차장까지 건설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 문병국 노조위원장은 ”MBK 김병주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말만 하고 해외로 도망갔지만, 최윤범 회장은 직원들에게 실질적 지원과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지상정이라고 회사와 근로자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MBK와 같은 경영진과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고려아연의 현경영진 중 근로자들이 도대체 누구를 선택하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이 제2의홈플러스가 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금리 돈을 금융권에서 빌려 단기 수익 회수에만 급급한 MBK식 사모펀드가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보다 단기적 수익 추구에 집중하면서 특히 국가기간산업같은 핵심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MBK식 영끌 차입매수가 성공할 경우 핵심 기술의 중국 등 해외 유출을 비롯해, 주요 전략사업들의 분할, 쪼개기 매각 등 그 후폭풍과 부작용에 대한 정부차원의 고민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