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이 반도체 산업을 탈바꿈 시키고 있다. 서로 다른 반도체를 결합한다는 뜻을 가진 이종집적이 '무어의 법칙' 한계를 극복할 방법론이 돼서다. 특히 첨단 반도체 패키징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필수 기술로 거듭났다.
그러나 우리나라 첨단 반도체 패키징 산업은 선진 국가나 기업 대비 열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패키징 중요도가 낮았던 메모리 중심 산업 구조 탓이다. 주영창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이하 패키징 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이 반도체 패키징 생태계 전반에 '이종집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주 회장은 “우리는 메모리 등 개별 칩을 만드는 것은 잘 해왔지만, 패키징은 시스템을 잘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며 “결국 시장에서 평가받는 것은 시스템 역량”이라고 말했다. 단일 칩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스마트폰·PC·정보기술(IT)기기·데이터센터·자동차 등 최종 시스템 관점에서 반도체 산업에 접근해야한다는 의미다.
고성능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단일 반도체 칩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신경망처리장치(NPU)·메모리 등 서로 다른 기능의 반도체가 하나의 패키지로 결합되고 있다. 성능을 높일 뿐 아니라, 비용 절감과 제품 출시기간 단축도 가능하다.
주 회장은 “이같은 이종집적 기술은 설계·재료·공정 등 여러 분야 전문가가 함께 개발하고 상용화해야한다”며 “다양한 전문가들을 품을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가 한국에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융합형 협력을 이끌 플랫폼으로서 학회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1993년 설립 이후 한국 반도체 패키징 연구와 기술 교류를 이끌어온 패키징 학회가 그 공백을 메울 적임자라는게 주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패키징 학회는 단순 기술 모임이 아니라 학계·산업계·연구계 등 다양한 인재가 함께 패키징 기술 및 산업 발전을 모색해왔다”고 강조했다. 학회 자체가 반도체 이종집적 시대에 최적화된 '인적 플랫폼'이라고 자신했다.
올해 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학회의 플랫폼화를 위해 '저변 확대'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특히 인력 양성에 힘을 쏟기로 했다. 전통적 패키징에 매몰되지 않고 첨단 패키징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인재를 발굴,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그는 “대학원생 양성뿐 아니라, 산업체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단기 집중 교육, 산학연 공동 프로그램, 기업 맞춤형 기술 튜토리얼 등 실질적 협력 방안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 회장은 “최근 학회 회원 수가 3년 전과 견줘 두배 가까이 늘었다”며 “학부와 대학원생 등 학생 회원이 가장 많이 늘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학생 회원의 전공 분야도 다양해 인재의 이종집적 격인 융합형 인력 양성에 대한 가능성도 크게 엿보인다고 부연했다.
또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2025년 정기학술대회'에서는 처음으로 튜토리얼 세션을 마련, 보다 많은 산·학·연 전문가가 첨단 반도체 패키징 기술 현황을 점검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주영창 회장은 “미국 재료학회(MRS) 회장 경험을 살려 글로벌 패키징 기관들과의 기술 협력, 국제 공동 세션, 해외 우수 기술 초청 등 국제 연계 활동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한국 패키징 기술의 글로벌 위상 강화를 약속했다.

◇주영창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장
1965년생으로, 서울대 금속공학과 학·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AMD 선임 엔지니어를 거쳐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20년 제8대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을 역임했고, 2022년부터 2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80개국 1만3000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미국재료학회(MRS)의 한국인 최초 회장으로 당선된 바 있다. 올해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장에 선임됐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