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체심입방구조(BCC) 역할 규명…차세대 극한 환경용 금속 설계 기대

우주선과 심해 잠수정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되는 장비에는 극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 금속이 필요하다. 여러 금속 원소를 혼합해 만든 '다원소 합금'은 온도가 낮아질수록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는 특정한 원자 배열인 '면심입방구조(FCC)'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텍(POSTECH) 연구팀이 일본 J-PARC(양성자 가속기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통해 실시간 중성자 회절 기술을 이용, 금속 합금 내부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알루미늄(Al)과 코발트(Co), 니켈(Ni), 바나듐(V)으로 구성된 합금에서 FCC뿐만 아니라 체심입방구조(BCC)도 극저온에서의 강도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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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섭 교수(왼쪽)와 통합과정 구강희 씨

FCC는 온도가 낮아질수록 원자 배열이 변화하면서 강도가 높아지는 반면, BCC는 미끄러짐을 방해하는 힘(Peierls-Nabarro barrier)을 통해 금속의 강도를 높인다. 연구팀은 BCC의 미끄러짐 저항이 온도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온도 민감성이 극저온에서 더 효과적으로 작용해 금속이 강해지는 원리를 규명했다. 지금까지는 극저온에서 FCC의 변형이 더욱 뚜렷하게 관찰되어 FCC가 주된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BCC의 온도 의존성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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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양성자 가속기 연구단지(J-PARC) 현장 중성자 회절 장비

김형섭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심해 탐사 장비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사용될 차세대 금속 소재 개발 연구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화성 탐사와 달 기지 건설과 같은 우주 산업과 알래스카에 신설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포스텍 신소재공학과·친환경소재대학원 김형섭 교수, 통합과정 구강희 씨, 친환경소재대학원 허윤욱·조중욱 교수팀이 일본 J-PARC 스테파누스 하르조·우공 박사 연구팀과 함께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금속 소재 공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옵 머티리얼즈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Journal of Materials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됐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형섭 교수와 함께 연구를 주도한 통합과정 구강희 씨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학문후속세대 펠로우십 지원을 받았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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