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X6900·기가차드 1만%대↑, 코인 발행 쉬워지며 큰폭 상승
생태계 확장·진입장벽 완화 등 밈코인 열풍 부수 효과 있지만
프로젝트 신뢰성 판단 어렵고 대량매도 등 상시 위험 우려도

'재미'로 시작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의 새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749억달러(약 107조5000억원)를 기록하며 전체 가상자산(암호화폐) 시가총액 3조3580억원(약 4820조4000억원) 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23일 전자신문이 코인게코 밈코인 시가총액 30위 중 1년간 상승률 10대 코인을 분석한 결과 최저 180%에서 최고 1만9000%까지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암호화폐 대장주로 꼽히는 비트코인(BTC)과 엑스알피(XRP)가 각 88%, 377%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올랐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코인은 SPX6900(SPX)으로 1년 만에 1만9133% 올랐다. 뒤를 이어 기가차드(GIGA)는 1만8740%, 솔라나 생태계 팝캣(POPCAT)은 225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상승세는 다른 주요 밈코인에서도 확인됐다. 더그레이즈커런시(PTGC)는 1713% 오름세를 보였고 이어 대표적인 인기 밈코인인 페페(PEPE)도 710% 상승 곡선을 그리며 투자자 관심을 모았다. 토시(TOSHI)와 스넥(SNEK)은 각각 466%, 320% 오름폭을 기록했다. 모그코인(MOG)은 215% 올랐고, 밈코인 원조로 불리는 도지코인(DOGE)도 195%, 플로키(FLOKI)는 180% 상승을 견인했다.
이 중 페페, 도지코인, 플로키 등은 국내 주요 5대 암호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중 일부 상장돼 있다. 특히 일본 시바견 사진에 재밌는 말을 붙이면서 밈이 된 도지코인은 모든 5대 거래소에 상장돼있다. 2005년 만화 보이스클럽에 등장한 개구리 만화 캐릭터를 흉내 낸 밈코인 페페는 고팍스를 제외한 국내 거래소 4곳에 상장돼있다.
특히 최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밈코인은 대유행을 맞았다. 지난해 솔라나 기반 밈코인 발행 플랫폼인 '펌프닷펀'이 출시 영향이 컸다. 누구나 쉽게 밈코인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발행량 자체가 늘자 상승세를 보이는 밈코인을 중심으로 커뮤니티에 대유행처럼 퍼졌다. 이어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오피셜트럼프(TRUMP), 멜라니아밈(MELANIA) 등 트럼프 일가가 발행한 밈코인이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밈코인 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상승 요인은 뚜렷하지 않다. 밈코인은 태생적으로 '쓸모없음'을 지향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다. 이러한 특성은 일반적인 투자 자산과는 상반되는 접근법이지만, 이것이 오히려 밈코인만의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강력한 커뮤니티 결속력을 높인다는 점도 부수적 효과로 꼽힌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 센터장은 “밈코인은 현상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면서 “부수적인 효과로는 생태계 부흥과 그로 인한 솔라나등 네트워크 가치 상승이 있다”고 짚었다. 새로운 가치 창출 모델을 제시하면서 기존 암호화폐 가치 상승을 견인하는 효과도 있다는 해석이다.
밈코인 급부상의 배경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환경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SEC가 다양한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문제 삼으며 불명확한 기준으로 조사와 고소를 진행하면서,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토큰의 용처와 유통구조를 지속해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SEC가 코인의 '실용성' 구현을 규제의 잣대로 활용하면서, 오히려 백서나 사업계획 없이도 커뮤니티의 참여만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밈코인이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다만 위험성도 크다. 밈코인은 백서나 사업계획이 부재한 경우가 많아 프로젝트의 신뢰성 판단이 어렵고 '러그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러그풀은 개발자나 대량 보유자가 갑자기 보유 코인을 대량으로 팔아 가격을 폭락시키고 투자금을 빼돌리는 수법이다. 높은 수익률 이면에 존재하는 이러한 위험을 인지하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