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통상질서칼럼] 관세 중심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의 부활과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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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미국의 통상정책은 다시 5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동맹국과의 관계 복원에 힘써왔던 바이든 행정부와는 달리,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뿐 아니라 동맹국과 우방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미국의 대내외적 문제 해결에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보다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통상정책이 예상되는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 조치를 핵심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며 미국이 원하는 것을 상대국으로부터 받아내는 협상 전략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후 실현되는 첫 번째 조치는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의 해결을 위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및 중국에 대한 10% 관세 부과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의거해 불법 이민과 마약 유입 문제로 인한 미국의 공중보건 위기를 국가비상사태로 선포했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관세 조치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문제도 해결하면서 재정 수입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결국 선거 유세 기간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보편관세' 조치를 실제로 부과한 것인데, 멕시코와 캐나다는 이에 승복하며 국경단속 강화 조치를 약속하여 한 달 간의 관세부과 유예를 받아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에 대한 정면대응을 선택하며 미국의 석탄, 석유 제품 등에 대한 10~15% 보복관세 조치와 원자재 25종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 등으로 맞대응하면서 미-중 간의 관세 전쟁이 다시 부활하게 된 상황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두 번째 관세 조치는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발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미국은 철강과 알루미늄의 과도한 수입으로 인한 미국의 국가안보 침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의거해 이들 품목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 멕시코, EU, 일본 등 9개국에 대해 무관세 할당(TRQ) 및 무관세 쿼터(quota)를 허용했었는데 이번 조치를 통해 미국은 면제 조치를 모두 철회하고 국내 철강 생산 가동률 80%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대(對)미 철강 우회수출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국 중 중국은 3%(10위 수준)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대 대(對)미 철강 수출국은 이번 관세 면제 조치의 철회 대상인 캐나다(23%), 멕시코(11%), 브라질(9%), 한국(9%) 등이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명분은 중국의 철강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철강 수입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효과를 지닌 고율 관세를 대(對)미 철강 수출국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부과하고자 하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치의 3월 12일 시행을 앞두고 트럼프 정부는 미국과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만족스러운 대안적 수단(satisfactory alternative means)'을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결국 한 달 간 유예기간을 놓고 미국이 만족할 만한 제안을 제시하라는 것으로 철강 관세 부과 위협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게 된 우리나라를 비롯한 철강 수출국들은 트럼프 1기 당시와 같이 미국에 대한 공동대응 하기보다는 미국으로부터 최대한 유리한 대우를 받기 위해 상호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를 이용한 협상 전략에 무역상대국들은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부심 중인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우리 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중국에 대한 10% 보편관세 부과는 실현됐지만 다른 국가들에 대해서는 각각의 조치에 대해 한 달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은 상태다. 미국 시장을 잃을 수 없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고율 관세의 부과 가능성을 앞두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미국 시장 만큼 거대 규모의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이나 EU의 경우에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조치에 대하여 정면 대응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에 따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국가들의 입장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투자를 원하는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수준에 따라 협상 레버리지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경우에는 미국의 관세 압박 조치에 대해 현지투자 전략을 활용하거나 중국의 우회수출을 차단하는 수입규제 조치의 강화 등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목적은 결국 철강 수입을 규제해 국내 철강 생산 자급률을 제고하는 것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무역상대국과의 협상에서 특혜대우를 부여할 유인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 현지에서 철강 생산을 시작한 성과를 강조하고 미국 내에서의 철강 생산 원활화를 위한 요구를 역제안하는 것도 협상 전략의 일환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조치를 예고하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분야에서도 미국이 원하는 것과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최대한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는 협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hylee17@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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