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기업부설연구소법으로 'K-R&D 기적' 이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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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일찍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솔로가 기술 진보를 통해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처럼, 우리 경제는 노동력 중심에서 기술 기반 성장으로 전환하며 꾸준히 발전했다.

오일쇼크, IMF, 금융위기 등을 극복하고 전후 최빈국에서 세계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한 배경에는 밤낮없이 기술개발에 매진한 '기업연구소'의 역할이 있었다.

산업구조 고도화로 기업 연구개발(R&D)에 대한 국가 지원 필요성이 높아지자, 1981년 처음으로 46개 기업연구소가 법적 인정을 받았으며 우리 산업기술혁신 토대가 됐다.


오늘날 기업 R&D 조직은 7만5000여개로 늘어났으며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주체로 당당히 자리했다.

기업연구소 활동에 올해 들어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2025년 기업 R&D 전망조사(RSI)'를 실시한 결과, 올해 기업 R&D와 연구인력에 대한 투자 점수가 79.6점으로 현저히 낮게 나타난 것이다.

RSI 점수는 기업 투자 전망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100점 이상이면 전년보다 증가, 미만이면 감소를 의미한다. 2013년 해당 조사를 시작한 이래 90점 미만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코로나19 감염병 유행이 한창이던 2021년에도 91.2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황 악화가 두드러진다.

미국 대선 결과와 국내 정치 불안,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이 맞물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기업 R&D 투자 심리에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R&D 예산 80%를 기업이 담당하는 만큼, 기업이 기술 개발에 소극적일수록 국가 기술 경쟁력이 위태로워진다.

그러나 지금 같은 복합적인 위기 상황은 개별 기업 노력만으로는 극복이 어렵기에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법·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때마침 '기업부설연구소법(기업부설연구소 등의 연구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기업부설연구소법은 산업계가 오래도록 제정을 염원하며 지지해 온 법안이다.

그간 기업연구소 설립과 활동은 산업 R&D와는 성격이 상이한 기초연구법(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해왔기에 정책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업연구소를 위한 별도 법이 마련됐으니 기업 R&D 활동과 예산, 세제 등에 대해 더 체계적이고 정교한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본 법안에는 기업 연구자를 위한 국가기념일 '기술개발인의 날' 지정 등 R&D 인력 지원과 사기진작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국내 기업 연구자 수가 45만명을 넘어섰음에도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자에 비해 사회적 대우나 만족도는 낮은 편이다.

기념일 지정과 정부 포상 확대 등으로 이들의 성과와 업적을 기려 자부심을 느끼도록 해준다면, R&D 동기부여도 강화될 것이며 국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국내외 정세가 요동치는 지금, 앞으로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다. 장기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도 주요국은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며 세계적인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역시 경제와 안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기술혁신 동력이 식지 않도록 불씨를 지펴야 한다.

법안 통과를 근거로 기업 R&D 정부 지원이 더욱 확대되길 바라며, 기업 역시 정부 지원을 디딤돌 삼아 기술혁신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 기업부설연구소법이 트리거가 돼 대한민국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이라 할 수 있는 'K-R&D 기적'을 이루길 기대한다.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koita9000@koi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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