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화석연료 개발을 재개하는 동시에 일부 재생에너지 보급은 축소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취임 초기부터 바이든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상당 부분 폐지·무력화할 것이 확실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세계에서 에너지·전기 비용이 가장 낮은 국가 △에너지 독립을 넘어 에너지 지배력을 지닌 국가를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의 기후정책은 에너지 비용 증가, 산업 경쟁력 악화, 일자리 급감, 중국 의존도 심화 등 부작용을 낳은 비판 대상이었다.
이에 바이든 정부의 화석연료 생산규제 폐지, 파리기후협약 재탈퇴 등의 행보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원 개발을 중단시키려는 그린뉴딜과 화력발전소 규제, 내연기관차 연비 기준 등의 배출량 규제 등도 모두 수술 대상이다.
액화천연가스(LNG)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지배력을 공고히 할 핵심 자원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정부는 LNG 수출, 배출가스 규제 해소를 통해 생산량과 자급률을 늘리고 수출에도 나설 계획이다. 석유, 천연가스, 전력 정책을 감독하는 국가 에너지 위원회(national energy council) 신설도 검토 중이다.
재생에너지 정책은 '풍력 축소, 태양광 확대' 기조가 뚜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풍력은 쓰레기”, “태양광은 멋진 산업” 등 발언을 통해 재생에너지원 간 극명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새 정부도 행정명령을 통해 풍력발전 관련 보조금을 모두 삭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방 정부 권한을 활용해 토지 개발을 보류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태양광은 투자세액공제(ITC) 등을 유지하는 동시에 보급 목표도 상향할 전망이다. 에너지부(DOE)는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공공 태양광 발전 신규 설비 용량을 지난해 7GW에서 올해 20GW로 3배 이상 늘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전은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가 전망된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는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상업용 원자력과 LNG를 포함한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여 미국인의 에너지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원자력은 갈수록 커지는 게 문제다. 다행스럽게 우리는 더 작고 기존 시설 안에서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원자로(SMR)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영향으로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압박이 예상된다. 태양광, SMR 등 미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에너지원·신기술과 관련해선 한국 기업의 수혜가 기대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이유로 한국에 더 많은 에너지 제품 수입을 압박하는 어려움도 직면할 수 있다.
다만,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입 통제 강화가 유력한 상황에서 한화솔루션, OCI홀딩스 등 우리 태양광 기업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한층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SMR 관련해선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에너지 등 다수 기업이 미국 SMR 원천기술 기업과 손잡고 상용화에 나선 상태로 수혜가 예상된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