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의료와 바이오 산업은 정보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그중에서도 해양 의료 바이오 빅데이터는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해양 생태계에서 얻어진 방대한 데이터는 의료 기술 개발과 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해양은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며, 수많은 생명체와 독특한 생태계를 품고 있다. 해양 생명자원은 독특한 서식 환경으로 인해 기존 육상 생물에서 발견되지 않는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해양 생명 자원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활용하면 신약 개발, 질병 치료, 개인 맞춤형 의료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양 생태계는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이를 분석하는 것은 인류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들은 해양 생명자원을 활용한 신약 개발, 의료 기술 혁신, 환경 복원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 바이오 산업은 생명자원 확보의 난도가 높은 반면 확보 시 소재개발 부가가치가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해양생명자원 확보를 위해 선박 등 특수 장비를 활용한 탐사와 대량 생산시설 등 전문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생명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크며, 소재와 기술의 확보 시 제품의 부가가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우뭇가사리의 경우 1㎏에 4000원이지만, 기능성 소재의 경우 가공될 경우 1㎏에 1만5000원, 그리고 해조유래 의약으로 개발된 Alginate는 1㎏에 400만원에 달한다.
현재까지 단순한 수산 자원 확보와 가공을 통한 기능 소재 개발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선진화된 의료기술과 바이오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산업으로의 변화와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은 긴 해안선과 풍부한 해양 생명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양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정보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통합 관리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해양 유래 바이오 물질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며, 다양한 연구소와 협력해 신약 개발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 수도인 부산에서는 '메디컬오션포럼'이 구축돼 국가연구기관과 지역대학교, 대학병원, 기업체가 협력해 해양바이오 데이터를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발굴하기 위한 산학연병 협력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정부는 해양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학계와 산업계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해양 의료 바이오 빅데이터 활용을 극대화하려면 국가기관, 대학, 기업체가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해양 생명자원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데이터 표준화와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 산재된 데이터를 통합하고 연구 효율성을 높이고,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 연구소와 대학 간 협력을 촉진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관련 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법적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 또 장기적인 R&D 투자 전략과 국제 협력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
대학은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기초 연구를 수행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해양 생물학, 데이터 과학, 의료 생명공학 등 융합 기술 교육을 강화해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 기업은 데이터 기반 제품과 국제 시장을 겨냥한 기술 상용화에 집중해야 한다. 예컨대 제약회사와 바이오 기업은 해양 생명자원을 활용한 신약 개발 및 기능성 소재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스타트업과 IT 기업은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

해양 의료 바이오 빅데이터 특성상 글로벌 협력이 필수적이다. 해양 생태계는 국경을 초월한 공동 자원이므로 각국이 데이터 공유와 연구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 기구나 컨소시엄을 통해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 산하 해양학적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데이터 공유를 촉진할 수 있다.
해양 의료 바이오 빅데이터는 인류의 건강과 미래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열쇠이다.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려면 국가적 차원의 정책 지원, 학계와 산업계의 협력, 그리고 국제적인 연대가 필수적이다. 바다라는 거대한 자원의 가치를 최대로 활용한다면, 우리는 의료와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박준형 쓰리빅스 대표·부산대 의대 겸임교수 jhpark@3bigs.com
〈필자〉부산대에서 생물정보학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일찍부터 바이오와 IT를 결합한 생물정보학 연구에 매진해 제약사, 병원 등과 바이오 빅데이터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바이오 기업 인실리코젠에서 본부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유전자 분석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2015년부터 2년간 테라젠이텍스 생물정보부 이사직을 수행했다. 2018년 쓰리빅스를 설립해 바이오 빅데이터 플랫폼, AI 기반 신약 개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아시아 종묘, 화장품 신소재, 신약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IT와 BT를 접목하는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