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법인 가상자산 계좌 개설 필수과제와 해결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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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동국대 교수

2021년 3월, 대한민국은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하며, 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주로 개인 투자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AML)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에 대한 구체적 지침은 미흡하다. 법인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계좌를 개설하려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필요하지만, 은행은 법인의 AML 위험성을 우려해 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의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합법적으로 보유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창구를 차단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은 기업 글로벌 경쟁력 확보, 재무 관리 다양화, 그리고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다수의 기업이 가상자산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거나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와 테슬라(Tesla)는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하며 자산 운용 전략을 최적화하고 있다. 또, 가상자산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헷지 수단으로 작용하며, 기업 재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제공한다. 더불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NFT(Non-Fungible Token), STO(Security Token Offering)와 같은 신기술 기반 사업 모델이 확장되고 있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와 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법인 가상자산 계좌 개설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금세탁방지(AML)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규모가 개인보다 크기 때문에 불법 자금 세탁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둘째, 회계 및 세무 처리 문제가 있다.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회계 및 세무 기준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현재 가상자산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기업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거래할 때 회계 및 세무 처리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한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에 명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회계 및 세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셋째, 은행의 리스크 관리 문제가 존재한다. 가상자산 거래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가 많아 자금세탁, 불법 거래, 해킹 등의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엄격한 AML 절차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의 금융 시스템과 가상자산 거래소 간 연동이 미흡해 은행은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법인의 계좌 개설 요청을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은행과 기업 간 신뢰를 구축하고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마련이 필요하다.

해외 주요 국가들을 살펴보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과 관련 다양한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법인에 대해 가상자산 계좌를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구축해 법인 가상자산 거래와 보유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스위스는 가상자산을 합법적 자산으로 인정하며,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있다.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법적 기반 마련, AML 리스크 관리 강화, 회계 및 세무 가이드라인 도입, 그리고 은행과의 협력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첫째, 특금법 및 관련 법령을 개정해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 및 이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AML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금융기관이 이를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셋째,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투명하게 회계 및 세무 보고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은행이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도해야 한다.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허용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제다. 이를 위해 정부, 금융당국, 은행, 기업들이 협력해 명확한 규제와 투명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AML 리스크 관리, 회계 및 세무 기준 확립, 은행과의 협력 강화는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 개설을 현실화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김선미 동국대 경영전문대학원 핀테크&블록체인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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