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심리가 지난 코로나19 사태 때보다도 낮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말 촉발된 정치 환경 급변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구자균)는 최근 연구소 보유기업 중 500개사에 지난해 11·12월 2회에 걸쳐 '2025년 R&D 전망조사(KOITA RSI)'를 실시했다.
RSI는 통상 전년도 11월 진행된다. 그러나 지난 12월 초 국내 정치 환경이 급변해 동일 표본으로 재조사했다.
11월 조사에서는 투자 RSI가 94.6, 인력 RSI가 93.7로 전년과 비슷한 다소 위축된 흐름(100 이하)을 보였다.

12월 조사에서는 11월 대비 투자 RSI가 15포인트(p) 감소한 79.6, 인력 RSI가 9.5p 감소한 84.2로 확인됐다. 정치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 심리 위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 시작 이래 RSI 지수가 90 이하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시기(2020~2021)보다도 낮았다.
12월 투자 RSI를 기업 유형별로 보면 대기업이 17.3p 하락한 80.3을 기록하며 특히 낙폭이 컸다. 중견기업은 10.7p 하락한 85.6, 중소기업은 14.2p 하락한 73.8을 기록했다.
인력 RSI는 대기업이 12.1p 하락한 85.9, 중견기업이 7.4p 하락한 84.3, 중소기업이 6.6p 하락한 81.1이었다.

대부분 산업에서 11월보다 12월 조사결과의 부정 의견이 두드러졌다. 건설(-30.9p), 서비스(-27p), 정보통신(-28p), 화학(-21.5p) 산업의 낙폭이 컸다.
반면 소재 산업은 오히려 확대됐다. 특허 출원 및 등록 결정, 대표의 의지 변화, 신규 사업기회 확보, 사업아이템 증가 등이 이유였다.
기업은 내수 부진에 더해 국가신인도 문제, 국제관계 불안 등이 가중돼 R&D 투자 여력이 없음을 토로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정치 혼란에 따른 정부 지원 R&D 예산 미집행·축소 등을 우려했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정부가 R&D 정책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 R&D 투자 의지가 꺾이지 않고 활성화되도록 정부 R&D 지원사업·조세지원 등 확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