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녹스첨단소재 자회사인 이녹스리튬이 충북 오창에 건설 중인 수산화리튬 공장 가동을 연기할 전망이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녹스리튬은 오창 수산화리튬 1호기 라인의 가동 개시 시점을 당초 올해 3분기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할 계획으로 파악됐다. 회사는 수산화리튬을 2026년 하반기 이후부터 양산, 기존 계획보다 1년 이상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녹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시황을 고려, 연기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산화리튬은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다. 리튬을 활용해 이차전지 용량과 전압을 좌우하는 양극재를 제조한다. 양극재는 음극재·분리막·전해액 등 다른 필수 소재와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 완제품으로 만들어진다.
디스플레이 소재 기업인 이녹스첨단소재는 미래 먹거리 육성 차원에서 리튬 신사업에 진출했다. 자회사 이녹스리튬을 통해 6000억원 이상을 투자, 오창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에 수산화리튬 2개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순도 탄산리튬을 고순도 수산화리튬으로 정제, 삼성SDI와 SK온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이녹스리튬의 수산화리튬 1호기 라인은 연간 생산 능력이 2만톤으로, 현재 공정률이 45% 수준이다. 오는 2027년 양산 시작이 목표였던 2호기 라인은 아직 착공에 돌입하지 않았다. 1호기 가동 연기를 검토 중인 만큼 2호기 건설과 양산 일정도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녹스리튬이 사업 계획을 재검토하는 건 배터리 업황 악화로 수산화리튬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산화리튬 가격은 톤당 9120달러로 2023년 초(7만달러) 대비 90% 가까이 급락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수요가 감소하면서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다. 원자재 가격은 이차전지 판가와 연동되는 구조다. 이녹스리튬은 수산화리튬을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밖에 없어 리튬 정제 비용 대비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전기차 캐즘 여파가 배터리 후방산업계로 전이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에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가 적자 전환하고,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하는 등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