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글로벌 문화 패러다임 바꾸는 K콘텐츠, 슈퍼IP와 AI로 재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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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최하고 서울경제진흥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주관하는 '2024 월드 웹툰 페스티벌'에서 관람객이 GPT 탑재 인공지능(AI) 로봇이 그려주는 캐리커처 체험을 하고 있다.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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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산업이 단순한 문화 소비를 넘어 글로벌 문화 패러다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강력한 '슈퍼 지식재산(IP)'과 이를 기반으로 한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게임, 웹툰, 영화, 드라마 등 각 매체별 개별 흥행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간 영역을 넘나들며 콘텐츠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있다.

콘텐츠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 NPC와 몰입형 스토리텔링 기술로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웹툰·웹소설은 독창적인 스토리와 글로벌 플랫폼의 긴밀한 협력으로 새로운 팬층을 창출한다. 영화와 드라마는 K콘텐츠 특유의 감성과 해외 제작 협력을 통해 전세계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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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콘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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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해외 콘텐츠시장 분석(콘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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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분기 콘텐츠 산업 동향

◇웹툰, AI로 IP 2차 가공…새로운 IP 발굴 노력

웹툰 기업은 IP에 인공지능 AI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가면서 '스토리테크'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양한 장르 IP 파워를 키우기 위한 소싱 전략이다. 특히 틱톡과 유튜브 쇼츠 등 숏폼과의 이용자 유입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AI 기술로 웹툰을 숏폼 영상 등 새로운 포맷으로 2차 가공할 수 있게 돕는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웹툰 기업은 풍부한 오리지널 웹툰 IP과 자체 AI 연구 조직을 바탕으로 AI와 웹툰 IP 결합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AI 플래닝' 팀을 꾸리고 숏폼 창작 웹툰 툴과 같은 네이버웹툰의 IP를 활용한 AI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하이퍼클로바X와 협력, 웹툰 캐릭터와 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챗'을, 사진을 올리면 작가 그림체로 캐리커쳐를 그려주는 '웹툰 캐리커처'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엔터는 2024년 첫 조직 개편으로 'AI&데이터 전략실'을 신설하고 AI 브랜드 '헬릭스'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AI가 웹툰과 웹소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한 숏폼을 제작하는 기술 '헬릭스 쇼츠' 등을 선보였다.

◇K방송영상콘텐츠, 글로벌 협력으로 다각적 IP 활용

2024년 방송영상콘텐츠 산업에서는 국내 기업과 해외 현지 기업 간 협업 트렌드가 뚜렷했다.

2025년에도 기업 간 협업으로 기획단계부터 IP를 공동으로 개발해 리스크를 분산하기도 하고, 해외 파트너와의 협업도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가 간 문화적 협력, 인력이나 시스템 협업을 통해 현지 문화·제도·정책에 대한 이해를 높인 양질의 콘텐츠 제작 가능성을 높인다. 이를 통해 해외 시장에 보다 효율적으로 안착하고 이용자를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일본 후지TV, 플레이리스트와 웹툰 '남장비서'의 숏폼 드라마화를 위해 손잡았다. 네이버웹툰 자회사 스튜디오N 역시 일본 제작사와 협력해 국내 드라마 '알고 있지만'의 일본 리메이크작을 제작해 현지 OTT와 글로벌 OTT를 통해 공개했다. 에이스토리는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 중 하나인 스튜디오 함부르크 프로덕션 그룹 자회사 SHUK와 드라마 '유괴의 날'의 영국판 공동 리메이크를 확정, 제작에 들어갔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직접적인 활동 무대로 삼아서 다각적으로 IP를 활용하고 콘텐츠를 직접 제작·유통할 수 있는 역량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AI 활용 최전선... 모바일 게임 넘어 콘솔로

선제적으로 AI 연구조직을 운영한 국내 게임사 또한 개발 프로세스에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신작 개발은 물론 라이브 서비스 게임 밸런스 조절과 테스트 자동화 등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모바일 플랫폼, 확률형 아이템 수익모델(BM)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실적은 하락했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축적한 개발력과 서비스 노하우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며 반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넥슨은 2017년 설립한 인텔리전스랩스에서 연구한 AI 기술을 바탕으로 이용자 만족도가 높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 업데이트를 이뤄냈다. 게임 내 NPC에 AI를 적용해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만들고 몰입감을 높이는 AI 음성 생성 기술도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 스토리' 등 넥슨 성장을 견인한 핵심 IP는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 받는 PC·콘솔 게임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AI 기술을 게임 플레이 핵심 매커니즘으로 활용한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크래프톤 산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선보인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게임 속 NPC 캐릭터와 자연어 처리 기반 채팅 대화를 주고 받으며 사건 용의자를 심문하고 증거를 파헤친다.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에서 자체 개발한 텍스트 음성 변환(TTS) 모델 '디토(DiTTo)'가 도입됐다. 실시간으로 양방향 소통하며 이용자와 함께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기는 AI '버추얼 프렌드'도 곧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 또한 2011년부터 AI 연구 조직을 운영하며 게임 개발과 운영에 AI를 적극 활용했다.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된 '자율형 NPC'로 구동되는 신작도 준비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에 한시적으로 도입된 AI NPC 주요 라인업 전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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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K콘텐츠 수출 기상도

◇콘텐츠 수출 정체기... 기술 혁신으로 극복

콘텐츠진흥원 2025년 대한민국 콘텐츠 수출 전망에 따르면 2025년 방송 분야 수출 전망은 예년에 비해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 한류 콘텐츠인 드라마 제작비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다. 줄곧 성장세를 이어오던 게임 산업도 질적 성장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들어가며 다소 정체기가 예상된다.

동시에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AI 기술 혁신은 K콘텐츠가 지닌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끌어내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제작 효율성을 높여 비용 부담을 줄이고 창의성에 기반한 슈퍼 IP 생태계 확장을 이끌어낼 전망이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 영향력과 국내 산업계가 지닌 기술적 역량으로 디지털 한류의 재도약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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