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커머스 셀러들이 고환율 쇼크에 신음하고 있다. 해외 사입 비중이 높아 막대한 환차손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에 수익성 제고에 나선 플랫폼 영향까지 더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
2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위안 환율은 지난주 200원대를 돌파했다. 원·위안 환율이 200원대를 넘은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3년 2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도 146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고환율은 해외에서 물건을 사입하는 e커머스 셀러에 치명적이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상당수 셀러는 중국에서 물건을 사입해 제품을 판매한다. 공산품 위주의 기업간거래(B2B) 도매 셀러는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다.
중국 사입 셀러들은 달러 또는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한다. 달러·위안화가 동반 상승하는 만큼 막대한 환차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높아진 물건 대금에 배송비·통관비까지 더해져 부담은 더욱 크다.
해외구매대행·배송대행 업체도 비슷한 처지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직구 상품 가격 경쟁력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000달러 가치 물건을 130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45만원을 줘야 한다. 명품·전자제품 등 객단가가 높은 카테고리는 수요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가격을 인상했다가는 자칫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고심이 커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소비 심리는 급격히 냉각된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p로 전월 대비 12.3p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폭의 하락이다. 12월 소비지출전망CSI도 전월 대비 7p 내린 102를 기록했다. 여행·외식·내구재 등 모든 항목이 감소했다.
플랫폼들이 수익성 제고에 적극 나서는 것도 부담이다. 쿠팡은 내주부터 로켓그로스 물류 비용 체계를 조정해 일부 셀러에 물류비를 부과한다. 알리익스프레스 또한 오는 2월부터 국내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 입점 셀러에 대한 수수료 부과에 나선다. 일부 e커머스도 추가 광고 구좌를 개설하는 등 수익성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 해외에서 원자재·완제품을 수입하는 e커머스 셀러에게는 치명적”이라며 “국내에서 물건을 사입하거나 역직구 등 수출 기반 시장으로 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