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그룹이 신세계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새해 한국 사업 전망을 밝혔다. 약점으로 지적된 신뢰도와 안전성 문제를 일거에 개선하는 것은 물론 역직구·물류 시너지 창출도 기대된다. 국내 시장 공략 3년차에 접어든 알리익스프레스도 보폭을 넓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인터내셔널(AIDC)과 신세계그룹의 합작 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 초대 대표는 신세계 측에서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출신인 정형권 G마켓 대표 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다만 이사회 인원은 각 사 지분에 맞춰 구성된다.
양 측이 5대 5로 출자하는 합작법인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결정이다. 게다가 알리바바는 자국 인사 위주로 최고경영책임자(CEO)를 임명하는 중국 기업인 만큼 이례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행보는 국내 시장 정서를 고려한 알리바바의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합작법인이 국내 e커머스 셀러·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공동 대표 보다는 한국인 단독 대표 체제가 낫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업계는 합작법인을 통해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소비자 인식과 신뢰도를 대폭 개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는 지난해 3월 한국 시장 본격 공략을 선언한 이후 줄곧 제품 안전성과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이번 파트너십을 계기로 선입견을 허물고 신세계그룹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의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역직구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알리는 지난 9월 '글로벌 셀링' 프로그램을 국내에 정식 론칭하고 역직구 사업을 본격 개시했다. 입점 시 '5년 간 수수료 무료'라는 파격 정책을 내걸었지만 아직 초기인 데다 해외 판매에 소극적인 셀러 성향 등으로 사업 확장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알리는 G마켓·옥션 60만 셀러를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역직구 셀러에 대한 수수료 무료 정책은 G마켓·옥션 셀러에게도 공통 적용돼 확실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양 사는 G마켓·옥션에 상품을 등록하면 바로 AIDC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판매하는 상품 연동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물류 시너지도 기대된다. 알리는 아직까지 한국에 물류 거점을 두지 않고 있다. G마켓·옥션 물류 허브인 동탄물류센터가 그 역할을 간접적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물류 거점이 마련되면 알리의 국내 상품 전문관 '케이베뉴' 사업 확장도 용이해진다.
현재 케이베뉴는 판매자가 상품을 발송하는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 중이다. 향후 익일합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동탄물류센터와 협업 한다면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여기에 내년도 상반기 중 신규 물류센터 투자 계획도 밝힐 예정이다. 직구·역직구는 물론 오픈마켓·직매입 사업이 모두 가능한 e커머스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쿠팡·네이버라는 강력한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만큼 양 사의 결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 시장이 유통 규제도 많고 소비자도 까다롭기 때문에 알리 입장에서는 든든한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