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낮아졌다. 기존 2%에는 내외였으나 계엄 사태 후 1.6~1.9%로 낮아졌다. 3% 초반대로 예상되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는 한국의 정치 불안과 자본 유출, 투자 감소 위험 등이 고려된 영향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까지 동반되면서 기업들은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해외 시장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 지갑닫는 소비자·기업
국민 2명 중 1명이 올해 소비지출을 지난해보다 줄일 것이란 조사가 나온 바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국민 소비지출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3%가 소비를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들도 곳간을 걸어 잠그고 있다.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투자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0%는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56.6%)거나 투자계획이 없다(11.4%)고 응답했다.
또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해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97.3을 기록, 2022년 4월부터 33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하회하며 역대 최장 기록을 이어갔다. BSI 기준치(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 전망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도 지난 12월 물가안정 목표 운영 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당분간 우리나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목표 수준(2%) 근처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나, 향후 중장기 시계에서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저성장·저물가 국면으로의 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 민간내수 규모는 2023년 기준 8437억 달러로, 세계 15위 규모다. 하지만 내수경기 침체가 예상되면서 K-테크 상품 수요가 있는 해외 시장 공략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 경기 침체에도 'AI붐' 여전
가장 주목받는 시장은 역시 인공지능(AI)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I붐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소프트웨어(SW)에서도 일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디지털 전환 투자 증가 영향으로 지난해 세계 SW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4% 증가한 2조5621억 달러(약 3699조원) 규모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시장 규모 추정치도 2조9028억달러로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비해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는 313억 달러(약 45조원)로 전체 시장의 1.2%에 불과하다. 가장 큰 시장은 1조1784억 달러(약 1701조원)를 기록한 미국으로 46%의 압도적 점유율을 자랑한다. 중국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유럽, 아시아·태평양,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도 고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AI는 △자율이동체 △서비스로봇 △스마트제조 △보안 △금융 △교육 △의료·헬스케어 등 전 산업에 걸쳐 적용되고 있어 잠재 성장성이 크다. SW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 잇따른 직·간접 진출 시도
여러 산업에서 다양한 방법으로의 해외 진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직접 진출,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한 간접 진출, 현지 기업과의 상호 제휴, 지분 투자 등으로 나뉜다. 국가 간 법적 규제와 문화적 차이, 시장 조사 미흡 등 직접 진출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커 기업들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패션·뷰티·식품업계다. 내수시장에서의 매출 증대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신흥국가에 직접 진출해 점포를 늘리고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공격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K-콘텐츠로 인해 한국 제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친숙도가 높아진 게 사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대한 이용자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 기업들은 현지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의 기회를 모색 중이다. 국내 사용자가 중국, 일본에서 QR 결제를 사용하고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게 대표적 예다. 반대로 국내로 유입되는 관광객이 제휴 서비스를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 의존해왔던 콘텐츠 영역에서는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한국 OTT 외형 확대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 디지털 플러스 등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제작비 증가로 수출 경쟁력이 저하됐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국내 OTT인 티빙, 웨이브 간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