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여파, 중소형 증권사로 확산 전망
경기 하강 국면 속 자금조달 여건 악화 우려 ↑
신용평가사들이 내년 한국 경제 전망에 연이어 빨간불을 켜고 있다. 정치적 혼란으로 인한 대외 신인도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선 만큼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전망에서다. 특히 건설, 유통, 제2금융권 등 취약 분야에 대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간한 '2025 인더스트리 아웃룩'에서 증권산업의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충격이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유통산업에 대해서도 향후 신용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국내 소비 침체 상황에서 오프라인 수요 회복이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중소형사의 3분기 영업순수익은 1조원으로 과거 최대 분기 실적 1조8000억원 대비 52%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는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수익창출원 부재, 비용부담 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신평은 지난 16일 상상인증권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시장 지위가 아직 미흡한 것은 물론 부동산프로젝트(PF) 관련 추가 대손부담이 존재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한신평의 내년 전망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여타 신평사들이 밝힌 전망보다도 더 어둡다. 한기평이나 나신평은 금융업권의 경우 부동산PF에 노출이 큰 할부리스·부동산신탁·저축은행 등 일부 제2금융권에 국한해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관측했다. 유통업 역시 금리 인하 등 거시경제 여건이 나아진 만큼 새해 더 나아지지 않겠지만 현 조건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이어왔다. 최근의 정치적 혼란이 취약분야에 미친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고 판단한 셈이다.
유건 한신평 평가정책본부 상무는 “건설, 유통, 부동산PF에 익스포져가 큰 2금융권, 그리고 불리한 산업환경 하에 놓인 2차전지 및 석유화학 등 이러한 산업을 주력으로 실적부진 및 유동성위험이 대두될 위험이 있는 계열그룹, 원화절하로 외화부채부담이 큰 기업 등이 대상”이라면서 “유동성위험과 단기적 자금조달·차환 여건에 변화가 있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당국이 발표할 부동산PF 2차 사업성 평가결과에 따라 관련 자산에 대한 노출이 큰 중소형 증권사 등 2금융권의 신용등급도 잇따라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 차례 정리와 재구조화가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대손부담이 남은 중소형사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이번 4분기 결산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대거 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 사태로 인한 여파로 인해 IB부문 실적은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황에서 새 먹거리인 해외 주식 투자자 유입도 제한적인 게 중소형사의 현 상황”이라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에 따른 수혜도 결국 대형사에 집중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