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탄핵 가결 후폭풍으로 자중지란에 빠졌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의 사퇴로 '한동훈 체제'는 출범 5개월 만에 해체 수순에 접어들었다. 탄핵 책임론 부각으로 친한(한동훈)계와 친윤(윤석열)계간 갈등도 극에 달하면서 분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대표는 15일 별도의 공개 일정 없이 숙고에 들어갔다. 당초 당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로 지도부가 공중분해되면서 친윤계 의원 중심으로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그의 최종 결심만 남았다.
전날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 국민의힘 최고위원 5명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가결된 직후 줄줄이 사퇴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선출직 및 청년 최고위원 중 4인 이상 사퇴 시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된다. 비대위 구성은 대표 권한대행이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거쳐 구성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리더십 붕괴, 비대위 전환 등으로 앞으로 상당 기간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예상보다 찬성 이탈자가 많이 발생하면서 당내 분열도 가속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초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한 의원은 7명이었으나 탄핵 반대 당론에도 불구하고 찬성표가 12명, 무효 및 기권표까지 합치면 최대 23명이 이탈했다.
향후 친윤계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탄핵 찬성에 나섰던 친한계 의원의 설 자리는 더욱 죱아진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한 '한동훈 책임론'을 강하게 내세웠다. 나경원 의원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은 불행의 시작이었다”면서 “대통령과의 신뢰가 그리 두텁다고 하니 민심 전달을 잘해주길 바랐으나 오히려 대통령과의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미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당 이상휘 의원은 “'투표를 내가 했습니까' '비상계엄을 내가 내렸습니까', 한 대표의 그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며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이기주의자와 함께 할 수 없다”며 공개 저격했다.
친한계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했는데도 탄핵도 하지 말자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인가. 친윤계 답하시오”라며 친윤계를 겨냥했다.
박상수 대변인은 당헌·당규 내용을 언급하며 “당대표 사퇴나 궐위가 없으면 당대표 권한대행도 없는 것이고, 최고위원 4인 사퇴가 당대표 사퇴나 궐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권성동 원내대표는 당헌상 당대표 권한대행이 아니다. 매우 속상하고 안타깝겠지만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계파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분당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도 당은 쪼개졌고 결국 정권까지 내줬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집단 탈당과 분당 시도가 바로 이어지기에는 구조적으로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언제 이뤄질지 예측하기 힘든데다 국민적 정서 등를 고려해 서로가 감정 표현은 자제하고 뜸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여권내 관계자는 “지난 8년전과 비교해 탄핵 찬성 규모가 달랐기 때문에 분당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적 분당' 상태로 길게 끌고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